우리나라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로 2054년까지 최대 2만2천명이 추가 조기 사망해, 1983년부터 최대 누적 조기사망자가 3만5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또 건강피해와 노동생산성 감소 등 경제손실액 최대값은 58조원으로 추산됐다.
대기오염에 관한 국제 연구기관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19일 1983년부터 2054년까지 한국내 석탄발전소 가동 주기에 따른 건강영향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산출한 ‘한국 전력의 석탄발전 의존에 따른 건강과 경제 비용’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9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설립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는 과학적 분석을 통해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들의 청정에너지 전환이나 대기오염 해결 활동을 지원한다.
연구팀이 1983년을 분석 시점으로 잡은 이유는 이때부터 500메가와트 이상의 대규모급 석탄발전소가 가동하기 시작해서이다. 2054년은 신규석탄발전소의 가동 주기(평균 30년)가 끝나는 시점이다. 기후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인 기후미디어허브는 “국내 석탄발전소로 말미암은 건강피해와 사회경제적 비용을 함께 분석한 연구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석탄발전소가 내뿜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초미세먼지(PM2.5) 등으로 1983년부터 지난해말까지 9500명(6100∼1만3천명)이 조기사망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신규 석탄발전소 7기가 완공돼 가동이 중단하는 시점인 2054년까지 추가로 1만6천명(1만∼2만2천명)이 추가로 조기사망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대기확산모델과 화학수송모델을 적용해 석탄발전소에서 배출된 대기오염물질이 대기로 확산하고 화학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분석하고, 인구통계를 바탕으로 대기오염농도에 따른 건강영향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석탄발전소 대기오염물질로 한 해 720명(461∼987명)이 조기사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기사망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심장질환(30%)이었으며, 하부호흡기 감염(11%), 폐질환(8%) 등이 뒤를 이었다. 석탄발전소 인근 지역에서 고농도 초미세먼지에 노출돼 뇌졸중을 일으키는 경우도 전체의 8%에 이르렀다.
또 대기오염물질로 연간 230명(49∼519명)의 어린이가 천식에 걸리고, 80여명(39∼85명)의 임산부가 조산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석탄발전소가 충남 당진·태안·보령과 인천 옹진(영흥) 등 수도권 인근에 밀집돼 조기사망자의 절반 가까이(45%)가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경남, 인천, 충남, 전남 지역의 조기사망이 많았다.
보고서는 1983년 이후 석탄발전 원인 건강피해에 따른 질병 관리와 복지 비용, 노동생산성 감소, 조기사망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17조9천억원(11조1천억∼24조6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했다. 또 2054년까지 추가로 발생할 비용은 23조5천억원(14조5천억∼32조4천억원)으로 분석돼, 총 누적 비용은 41조4천억원(26조8천억∼58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우리나라 석탄발전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피해는 국내에 국한하지 않고 북한·일본·중국 ·러시아 등 인근 국가에도 영향을 미쳐 연간 조기사망 390여명, 소아천식 환자 60여명, 조산 90여명 등을 추가로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또 이에 따른 경제적 피해도 연간 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석탄 투자로 치러야 할 대가를 보여주는 결과로, 석탄발전을 계속 할 경우 피해와 비용이 과거보다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조기사망자 숫자를 줄이고 치러야 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빠르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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