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발생기 ‘목시’의 겉면은 얇은 금으로 코팅돼 있다. 나사 제공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화성에서 처음으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엔 화성의 공기로 산소를 만들어냈다.
나사는 21일 탐사차 퍼시비런스에 탑재된 실험장비 목시(MOXIE)를 이용해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산화탄소는 화성 대기의 96%를 차지한다. 화성 대기 중의 산소는 0.13%에 불과하다. 나사는 "이는 장차 유인 화성 탐사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20일 진행된 첫 실험에선 1시간 동안 5.4g의 산소가 발생했다. 이는 우주비행사가 약 10분간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무게 17kg에 자동차 배터리 크기 만한 목시는 시간당 최대 10g의 산소를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큰 나무 한 그루가 생산하는 양과 같다.
목시의 산소 발생 방식은 나무가 광합성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 뒤 산소를 내뿜는 방식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우선 여과장치를 통해 오염물을 제거하고, 산소와 일산화탄소로 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내부 온도가 약 800도까지 치솟는다. 이를 견뎌내기 위해 목시는 니켈합금이 포함된 강력한 내열성 소재로 제작됐다. 산소 이온들은 서로 결합해 산소 분자를 만들고, 일산화탄소는 바깥으로 배출된다.
목시 겉면은 얇은 금으로 코팅돼 있다. 이는 태양에서 오는 적외선 열을 반사시켜 퍼시비런스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로켓 연료 가져가는 대신 직접 만들어 쓸 수 있어
화성에서 만든 산소는 훗날 화성에 도착하는 우주비행사가 호흡용으로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지구로 돌아올 로켓의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로켓 연료로 쓸 수 있으려면 산소발생장치가 목시(17kg)보다 약 100배는 더 커야 한다고 나사는 밝혔다. 만약 화성에서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출발할 경우, 로켓에는 22톤의 산소가 필요하다. 물론 우주비행사 호흡에 필요한 산소는 이보다 훨씬 더 적다. 목시담당 책임연구관인 마이클 헥트(MIT 헤이스택관측소)는 "우주비행사들이 화성에서 1년간 체류할 경우 약 1톤의 산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는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25톤의 산소를 화성으로 가져가는 것보다는 25톤 산소를 생산하는 1톤짜리 산소변환기를 가져가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목시는 앞으로 2년(화성일 기준 1년) 동안 9차례 더 산소발생 실험을 진행한다. 이 실험은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이번처럼 기기의 성능을 확인하는 것이다. 2단계는 다양한 시간과 계절, 대기 조건에서의 산소발생 능력을 확인한다. 3단계는 온도를 달리하는 등 다른 조건 아래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험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