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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속도 늦춰도 세계 빈곤층 늘어난다…재분배 정책 뒤따라야

등록 2021-04-27 23:59수정 2021-12-29 15:14

낙관적인 경우에도 2030년 3억5천만명 절대 빈곤
탄소가격제 수입의 공정한 재분배가 빈곤층 줄여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재분배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세계 빈곤층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재분배 정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세계 빈곤층이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온실가스를 감축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춰도 세계 절대 빈곤층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탄소가격제로 얻는 기업과 정부의 수입을 재분배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빈곤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와 포츠담대 연구팀은 27일 “기후변화 완화 정책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처럼 빈곤 가구의 가계 부담을 늘려 세계 절대빈곤층의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공정한 방법으로 비용을 분담하기 위한 기후정책과 보상 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완화 정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각 국 정부가 계획하거나 실행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 퇴출, 숲 개발 중지, 건물 리모델링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작성중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제6차 보고서에서 채택한 공통사회경제경로(SSP)에 따른 기후변화 정책과 세계 절대빈곤층의 추이를 예측 분석한 논문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이날(현지시각)치에 게재했다.(DOI : 10.1038/s41467-021-22315-9)

국제사회는 2105년 파리기후협정과 함께 유엔총회에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17가지를 채택했다. 첫번째가 빈곤 퇴치로, 국제 기준(일일 1.9달러 수입) 이하의 극빈 가구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심화는 빈곤 근절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은 개발도상국에서 더 심하고 세계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있다. 한 국가 안에서도 빈곤층이 각종 이상기후 등 기후영향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파리기후협정에도 빈곤 근절의 중요성이 명시적으로 인정돼 있지만 기후변화 완화 정책들은 빈곤층에 부정적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보상 조처 없는 기후변화 완화 정책은 청정에너지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어렵게 하고 빈곤의 고착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숲 개발 금지 등 토지와 관련한 완화 정책으로 인한 식량 가격 상승은 기아 탈피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공통사회경제경로에 따라 기후변화와 기후 완화정책이 빈곤에 미치는 영향력을 계량화했다. 중도 성장의 사회경제 시나리오(SSP2)에서 추가적인 기후변화 영향이나 완화 정책을 펼치면 절대 빈곤층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2030년까지 3억5천만명이 절대 빈곤 상태로 남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 결과를 보면, 고소득 성장과 어느 정도의 불평등 해소가 이뤄지는 SSP1(사회가 발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잘하는 경우) 시나리오나 SSP5(사회가 발전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못하는 경우) 시나리오가 진행되면 빈곤은 빠른 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런 낙관적인 경우에도 2030년 절대빈곤층은 1억9천만(SSP5)∼2억3천만명(SSP1)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좀더 비관적인 SSP3(사회 발전은 더디나 온실가스 감축을 잘하는 경우) 시나리오나 SSP4(사회 발전도 더디고 온실가스 감축도 못하는 경우) 시나리오에서는 빈곤 감소 속도가 느려져 2030년 5억명에 가까운 인구가 빈곤에 놓인다. 2050년이 돼도 SSP2 시나리오에서는 9천만명까지 절대빈곤층이 줄어들지만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1억∼2억명(SSP5, SSP1)에서 4억명(SSP3, SSP4)에 이를 것으로 추계됐다.

국제 빈곤 기준을 하루 1.9달러 수입에서 5.5달러로 바꾸면 빈곤 인구는 더욱 늘어난다. SSP2 시나리오의 경우 2030년 25억명, 2050년에는 14억명이 절대 빈곤층으로 남아 있게 된다. SSP5는 2억8천만명, SSP3는 32억명으로 추산됐다.

빈곤층의 수는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은 채 사회가 발전하는 SSP5일 때 가장 적어보이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단지 빈곤층 수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탄소가격제 수입을 빈곤층에게 재분배해 해결”

연구팀은 탄소가격제(탄소세, 배출권거래제 등)를 통한 완화 정책을 중심으로 따져보았다. 사회경제적, 기술적 조건에 따라 기후 완화 정책들이 다를 것이어서 세가지 공통사회경제경로(SSP2, SSP5, SSP1) 별로 나눴다.

분석 결과 세 시나리오 모두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된 재분배 정책 없이는 기후 완화 정책들이 빈곤의 증가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가 탄소가격제 수입의 점진적인 재분배는 기후 정책의 부작용을 완화시키거나 나아가 보상할 수 있음을 보였다. 연구팀은 “소득이 불평등한 상태를 유지한 채 중립적인 방식으로 재분배되면 부유한 가구는 수입의 상당 부분을 증가시키는 반면 저소득 가구는 에너지와 식량에 대한 더 높은 지출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밝혔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빈곤율이 크게 증가하고 인도,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에서도 그보다는 덜하지만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탄소가격제 수입을 1인당 등가의 기후배당금 같은 방법으로 점진적으로 재분배하면 기후 완화 정책에 따른 빈곤 부작용이 실질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기후 완화와 탄소가격제 수입 재분배 두 정책의 조합은 기후변화와 빈곤 근절 사이의 상호충돌 관계를 완화하거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기후정책에 진입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열어줄 것이다”라고 결론내렸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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