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피해액 가운데 13%는 인간 기원 기후변화 때문인 것으로 추산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012년 미국 뉴욕을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액 70조원 가운데 13%인 9조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허리케인 피해의 기후변화값을 계산해내기는 처음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2012년 10월말 허리케인 샌디로 뉴욕 맨해튼 저지대가 침수되고 뉴저지 해안의 롤러코스터가 붕괴하는가 하면 라과디아공항이 잠기고 브루클린의 생태공원 고와너스운하에서 걸러지지 않은 오염수가 넘쳐 건물 지하로 흘러드는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재산 손실액만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3개 주에서 627억달러(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많은 과학자들은 허리케인의 강도가 기후변화로 강해지고 있으며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의해 허리케인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액 가운데 어느 정도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인지를 가늠해내기는 쉽지 않다.
미국 뉴저지에 있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와 언론인의 독립 연구조직인 ‘클라이밋 센트럴’과 스티븐스공대, 럿거스대 등 공동연구팀은 19일(한국시각)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귀인과학’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허리케인 샌디의 기후변화 기여도를 13%로 계산해냈다.(DOI :
10.1038/s41467-021-22838-1)
샌디의 피해액 627억달러 가운데 81억달러(9조원)는 해수면 상승 등 인간 기원의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샌디가 일으킨 홍수로 7만1천명(4만∼13만1천명)이 추가로 피해를 당했으며 3만6천가구가 더 침수된 것으로 연구팀은 추산했다.
귀인과학(Attribution Science)은 기후변화와 극한 기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연구하는 방법론으로, 폭염이나 허리케인 같은 개별 기상현상에 대한 지구온난화 기여도를 추정해낸다.
논문 공저자인 필립 오튼 스티븐스공대 교수는 “해안 폭풍 기간에 인간이 야기한 해수면 상승 효과를 분리해 추가로 발생한 홍수 피해액을 계산한 최초의 시도”라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팀은 뉴욕지역 해수면이 1900년 이래 100여년 동안 전체 상승분의 55%에 해당하는 10.2㎝(4인치) 가량이 인간 기원 지구온난화 때문에 상승한 것으로 추산했다. 연구팀은 이 값을 수력학모델(프로그램)에 대입해 샌디가 세 개 주에 끼친 영향을 도출했다. 변수에는 자연적인 산사태나 해수면의 순수한 자연 상승분 등도 포함됐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연구팀은 인간 유래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액을 81억달러로 추정해냈다.
오튼 교수는 “모든 허리케인에 대한 기후변화 비용을 계산하면 수치가 엄청날 것이다. 이런 수치는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우리 자신과 지구에 가하고 있는 심각한 피해에 대해 좀더 명확하게 알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