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극한 고온이나 저온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사산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임신 기간에 극한 저온이나 고온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사산할 확률이 20% 가까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극한 기온 환경이 늘어나면 사산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대 연구팀은 25일 “임신 기간에 15도 이하의 저온이나 23.4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아이를 사산할 위험이 17∼1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학술지 <환경연구> 6월호에 실렸다.(DOI :
10.1016/j.envres.2021.111037)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200만건 이상의 사산이 주로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16초마다 1건의 사산이 일어나는 셈이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 코크레인 라이브러리, 엠베이스, 메드라인, 스코퍼스, 웹오브사이언스 등에서 사산 관련 연구논문 538건을 수집했다. 이 가운데 기온 노출과 사산과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12건의 논문을 추렸다. 논문들에서는 7개 국가에서 340만건의 출산 가운데 4만2848건의 사산 건을 다뤘다. 연구팀은 기상관측소 관측에 근거한 지역 및 전국 단위 기온 데이터와 기상예측모델 등을 통해 임신부의 기온 노출 정보를 추산했다.
세계적으로 한 해 200만건 이상의 사산이 발생한다. 기후변화로 극한 기온 노출이 늘어나면 사산율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전반적인 사산율은 고소득 6개 국가와 중저소득 1개 국가에서 1000명당 1.9~38.4명으로 보고됐다. 또 사산 위험률은 주변 온도가 15도 이하이거나 23.4도 이상일 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9.4도 이상일 때 위험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임신 기간에 극한 저온 또는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사산이 17~19%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제1저자인 퀸즈랜드대 박사과정생 제시카 섹스턴은 “비록 초기 단계 연구이지만 임신 기간 극한 고온 또는 저온에 노출되는 것과 사산 사이의 관련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이다. 세계 평균기온이 기후변화로 상승함에 따라 세계 사산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결론은 제한된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여서 현재 임신부나 잠재적 임신부들은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논문 공저자인 비키 프레너디 퀸즈대 교수(사산연구선도센터장)는 “사산은 임산부와 가족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오명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 2015년 연구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고령출산 사산율은 잘 관리된 국가에 비해 30% 높았다”며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기온과 사산율의 관련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에 따라 임신부들한테 혹한이나 혹서 기간에 안전한 곳에 머물도록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