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관련 사망의 37%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픽사베이 제공
폭염 관련 사망의 37%는 인간이 만들어낸 지구온난화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우 비중이 평균보다는 낮은 24%로 조사됐다.
스위스 베른대와 서울대 등 수십개국 연구자들은 공동연구를 통해 “과거 200년 넘게 온실가스로 유발된 기후변화로 1.2도 상승한 기온이 폭염의 강도와 빈도를 높여 사망률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폭염에 의한 사망의 평균 37%는 이런 인간 유래 온난화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네이처 기후변화> 31일(현시지각)치 논문에서 밝혔다.(DOI :
10.1038/s41558-021-01058-x)
연구팀은 영국 런던 위생학 및 열대의학연구소의 ‘다국가 다도시 협력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43개국 732개 지역의 1991~2018년 폭염 기간 사망자와 기상 자료 등을 토대로 지역에 따른 최적기온 이상의 폭염과 사망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이 기간 전체 사망자는 2993만6896명으로 집계됐으며, 한국의 경우 안동 등 36개 도시 86만7142명의 사망자가 분석대상에 포함됐다. 우리나라 폭염기간은 6월부터 9월로 설정됐다.
연구팀은 인간 유래의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조건일 때의 기후를 가정해 자연변동에 따른 지구온난화와 인간 유래의 온난화를 구별해내고, 이에 따른 폭염 사망 영향을 계산했다. 20세기 말 세계 평균기온은 21.5도였지만 2010년에는 23.0도에 가까워졌다. 연구팀이 인간 유래의 온난화를 배제해보니 21.5도와 비슷한 값이 유지됐다. 하지만 온난화는 지역별로 편차가 있어 아르헨티나는 0.5도 상승에 불과한 반면 이란, 쿠웨이트 등은 1도 이상이었다. 우리나라도 기온 상승이 적은 축에 속했다.
전체 사망 중 폭염 관련 사망 비중은 평균 1.56%이지만, 지역별로 차이가 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콜롬비아,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일본 등은 1% 이하인 반면 유럽 남부 국가들은 5%가 넘었다.
연구팀은 폭염 사망 가운데 인간 유래 지구온난화로 인한 비중은 세계 평균 0.58%로 분석했다. 폭염 관련 사망의 37%는 인간이 만들어낸 온난화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인간 유래 폭염 사망률의 지역별 편차도 커서 이란(63.1%)과 쿠웨이트(67.7%) 등 서남아시아와 필리핀(61.2%), 타이(53.0%) 등 동남아시아, 에콰도르(76.6%), 콜롬비아(76.0%) 등 중남미지역은 50%가 넘었다. 반면 북미와 유럽,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우리나라는 전체 사망의 0.78%가 폭염 관련이고, 인간 유래 지구온난화로 인한 사망은 0.19%로 계산됐다. 전체 사망 가운데 지구온난화 원인 사망은 23.9%였다.
분석 대상인 36개 도시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인간 유래 지구온난화로 인한 연간 폭염 사망자는 서울이 가장 많아 24명으로 분석됐으며, 대구(11명), 부산(7명), 인천(5명) 순이었다. 하지만 폭염 사망 중 지구온난화 원인 비중은 울산이 가장 높아 28.7%였으며, 진주(28.2%), 거제(27.8%), 부산(27.6%) 등이 높았다. 서울은 24.8%였으며, 가장 낮은 곳은 목포로 13.6%였다.
논문 공저자인 런던 위생학 및 열대의학연구소의 안토니오 개스퍼리니 교수는 <가디언>에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의 극적 변화 초기단계에조차 급격한 온난화가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염관련 사망의 증가는 2050년까지 기다려볼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논문 주저자인 스위스 베른대의 아나 비세도-카브레라는 “사망은 빙산의 일각이다. 폭염은 죽음 이외에도 심혈관질환이나 호흡기질환 같은 질병과 연관돼 치료 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폭염 관련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는 분석 지역에서 빠져 있어, 논문이 제시한 수치는 오히려 낮은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