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전 원안위원장 강정민 컨설턴트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금지를 촉구하는 책 <플루토늄>(미세움)을 낸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1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플루토늄> 표지.
재활용 문제점 짚은 ‘플루토늄’ 공저
2년 전 영문판 내고 최근 국내 출간 “일본서 일어날 뻔한 저장조 화재
고리서 발생 땐 온 국민 피난 가야
사용후연료 지하 깊은 곳 처분이 답” 그는 도쿄대 박사 과정에 적을 두고 일본 전력중앙연구소 고속로팀에서 실습을 하면서 일본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가 결국 핵무기를 위한 옵션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그렇게 싹튼 재처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반히펠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확고해졌다. 반히펠 교수는 1970년대 중반 미국 카터 정부의 재처리 반대 정책에 영향을 준 전문가 그룹의 한 사람으로, 40년 이상 플루토늄 분리를 위한 재처리와 플루토늄 사용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강 전 위원장은 “반히펠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하면서 완전히 개종이 됐다”며 웃었다. 탈핵론자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원자력 발전의 문제점은 환경 비용과 사고 위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고평가된 경제성, 저평가된 사고 위험성,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경직성 등이다. 그는 이런 지적에 동의하면서 특히 사용후핵연료에 의한 사고 위험성을 강조한다. 이 위험성은 이번 책에서도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다이치 원전 3기에서 수소폭발이 발생한 뒤 곤도 슌스케 일본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은 상황이 얼마나 악화할 수 있는지 묻는 간 나오토 총리에게 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행히 그런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만약 화재가 발생했다면 최악의 경우 일본 인구의 약 4분의 1인 3000만명이 방사능 오염을 피해 피난을 가야 했을 것이란 게 이 책에 제시된 분석 결과다. “후쿠시마에서 일어날 뻔했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화재가 우리 고리 원전 3호기에서 동남풍이 주로 부는 여름철에 발생했다면 남북한 모든 사람이 피난을 가야 할 수도 있어요. 이런 저장조 화재는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로는 잘 발생하지 않을지라도 항공기 충돌이나 미사일 공격 등 물리적 타격을 통해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죠.”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재처리가 고준위 폐기물의 독성과 부피를 크게 줄여 처분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플루토늄> 저자들은 사용후핵연료는 5년 정도 저장조에서 냉각시킨 뒤 40~50년간 건식 캐스크(두꺼운 금속통)에 보관했다가 처분 용기에 넣어 공학적으로 잘 설계된 지하 깊은 곳에 처분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강 전 위원장은 “뭔가 좀 복잡하면서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을 배우겠다는 생각에 유학을 갔는데, 사실은 심지층에 처분하는 게 답이었다”며 “당시에는 그것이 답이란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1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열달 만인 10월 국정감사 기간 돌연 사직했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카이스트 초빙교수 시절이던 2015년 원자력연구원의 연구비 지원으로 미국의 학술회의에 다녀온 것이 위원장 결격 사유라는 야당의 문제 제기 때문이었다. 그가 사직한 날은 마침 원안위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는 날이어서 언론과 국회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강 전 위원장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시끄러우니 국감날 아침 8시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해 사직서를 낸 뒤 예정된 국감에는 임하려고 사무실에 출근했다. 하지만 바로 떠나야 한다고 해 국감에 참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말을 해도 되겠다”며 그날의 내막을 털어놓았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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