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4천년 전 얼어버린 영구동토층의 담륜충
해동하고 먹이 주자 되살아나 번식까지 마쳐
해동하고 먹이 주자 되살아나 번식까지 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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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동토층에서 살려낸 담륜충. Michael Plewka/커런트바이올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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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4천년 동안 얼어 있다 살아나 움직이는 담륜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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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의 냉동, 해동 실험 장면.
뇌·장기 가진 다세포 동물의 장기 냉동 후 부활 확인 몸집이 4분의 1mm에 불과한 이 동물은 지구 최강 생명력 보유자로 평가받는 또다른 초소형 동물 물곰과 마찬가지로 방사능, 저산소 환경에서도 살아남고 물과 먹이 없이도 수년간 버텨내는 등 극한환경에서의 생존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추위에 강해 과학자들은 이전 연구에서 영하 20도에서 최대 10년을 생존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보다 수천배 이상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다세포 생물도 대사 활동이 거의 완전히 멈춘 휴면 상태로 수만년을 버틸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 준다”며 “오랜 냉동 상태에서 깨어나 부활하는 것은 많은 작가들이 상상해온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기체가 복잡할수록 산 채로 냉동 보존하는 것이 더 까다롭고 포유류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비록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작기는 하지만 단세포 생물을 넘어 장과 뇌 등의 기관을 가진 유기체에서 이를 확인한 것은 큰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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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니콘스몰월드 사진 공모전에서 입선한 오늘날의 담륜충 사진. 니콘스몰월드 제공
7일 이상 서서히 동결되는 과정 겪은 듯 연구진은 그러나 이 동물이 어떻게 이런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또 다시 살아난 뒤 얼마나 오랫동안 신진대사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이 동물을 번식시켜 냉동 및 해동 과정을 실험한 결과, 연구진은 이 담륜충이 7일 이상 서서히 냉각, 동결되는 과정을 견뎌낸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이 동물이 얼음 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얼음 결정은 작은 칼날과 같아서 세포를 파괴하는데, 이를 차단하는 생화학적 메카니즘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메카니즘을 파악할 수 있다면 세포나 장기 조직을 냉동 보존하는 기술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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