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상 1시간 당기면 위험 23% 줄어
더 많은 빛에 노출…호르몬 분비에 영향
더 많은 빛에 노출…호르몬 분비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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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시간과 우울증의 관계를 정량화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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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시간을 앞당기라는 건 수면시간을 줄이라는 게 아니라 수면의 중간점을 앞당기라는 얘기다. 픽사베이
단순 기상시간 아닌 수면 중간점을 당겨야 연구진이 분석에 이용한 것은 익명 처리된 85만명의 유전자 데이터다. 이 가운데는 8만5천명의 7일간 수면시간 추적 자료와 25만명의 수면 패턴 설문 결과가 포함돼 있다. 덕분에 연구진은 유전적 특성이 취침-기상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시간 단위로 세분화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 최대 표본인 25만명 그룹의 설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자신을 아침 종달새형이라고 밝힌 사람은 전체의 3분의 1이었다. 밤 올빼미형은 9%로 적었으며, 나머지는 그 중간이었다. 이들의 평균 수면 중간점(취침과 기상 시간의 중간 시간)은 새벽 3시였다. 이는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아침 6시에 일어난다는 뜻이다. 다른 표본에서는 우울증과 관련한 익명의 진료 및 처방, 설문 기록과 유전자 정보를 함께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분석 자료를 토대로 “종달새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더 낮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통계 기법을 이용해 그 답을 찾아보았다. 연구진이 받은 답은 확실한 ‘예스’였다. 수면의 중간점을 한 시간 앞당길 때마다 우울증 위험이 23%씩 낮아졌다. 이는 평소 새벽 1시에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 취침 시간을 자정으로 1시간 앞당기고 수면 시간은 동일하게 유지할 경우, 우울증이 23% 낮아진다는 걸 뜻한다. 만약 밤 11시로 2시간을 당긴다면 우울증 위험은 약 40% 감소한다. 이미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더 일찍 일어나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까? 아쉽게도 이에 대한 답은 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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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가 기상시간을 늦추는 경향이 있다. 픽사베이
재택근무로 늦어진 기상시간과 우울감 증가 관계 주목 이번 연구가 우리의 일상 생활 패턴에 주는 시사점은 뭘까? 우선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우리 몸은 낮시간 동안 더 많은 빛에 노출된다. 연구진은 빛은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인간 사회가 기본적으로 아침형 인간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이와 어긋나는 수면 패턴은 기본적으로 우울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히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면시간을 뒤로 늦추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그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우울감 증가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우, 수면시간의 이동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번 연구를 이끈 셀린 베터 교수(생리학)는 수면 시간을 앞당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조언을 덧붙였다. “주변 환경을 낮에는 밝게, 밤에는 어둡게 하라. 아침엔 모닝커피를 즐기고, 할 수 있으면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근하며, 저녁에는 전자제품을 덜 사용하라.”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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