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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꼭대기에 펼쳐진 ‘핏빛 설원’, 기후변화 영향일까

등록 :2021-06-10 15:23수정 :2021-06-11 01:23

조류 대증식으로 ‘빙하 블러드’ 현상 빈발
대기오염물질과 CO₂ 농도 증가 영향 추정
한 연구원이 알프스 산꼭대기의 붉은 빛 눈밭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제공
한 연구원이 알프스 산꼭대기의 붉은 빛 눈밭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제공

바다나 호수에서 사는 조류가 알프스 산꼭대기에도 산다. 이러한 조류가 기후변화 영향으로 증식하면서 눈밭이 붉게 변하는 ‘빙하 블러드’ 현상을 자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등 연구팀은 10일 “알프스 꼭대기 빙하 지역이 핏빛처럼 빨갛게 변하는 ‘빙하 블러드’의 원인을 찾아보니 눈속에 사는 특정 미세조류가 대증식을 하면서 조류에 들어 있는 색소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인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알프스 산꼭대기에서는 수킬로미터에 이르는 눈밭이 붉게 변하는 현상이 종종 발견된다. 대규모 학살이 일어난 것도, 대격전이 벌어진 곳도 아니다. 이런 ‘빙하 블러드’ 현상은 미세조류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과학자들은 알아냈다.

해발 1000~3000m의 고산에 사는 미세조류를 연구하는 알프알가(AlpAlga) 프로젝트를 이끄는 에리 마레샬 프랑스 그르노블알프스대 연구원은 “바다나 호수에 사는 미세조류와 마찬가지로 눈속의 미세조류도 산악생태계의 먹이사슬의 기초를 담당하며,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오염물질이나 기후변화에 반응한다”고 과학잡지 <라이브사이언스>에 말했다.

프랑스 알프스. 위키미디어커머스 제공
프랑스 알프스. 위키미디어커머스 제공

연구팀은 2016년 늦은 여름 1250∼2940m의 프랑스 알프스지역 다섯 곳에서 눈이 녹은 흙을 채집해 디에엔이(DNA) 분석을 거쳐 미세조류 지배종을 찾아냈다. 그 결과 붉은 눈밭을 만드는 산구이나(Sanguina) 속은 2000m 이상에서만, 데스모코쿠스(Desmococcus) 속과 심비오클로리스(Symbiochloris) 속은 1500m 이하에서만 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 논문은 학술지 <식물과학 프런티어>에 게재됐다.(DOI : 10.3389/fpls.2021.679428)

이들 모두 녹색조류(클로로피타·Chlorophyta) 문에 속한다. 녹색조류는 광합성 색소인 엽록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알프스에서 발견된 조류는 엽록소 말고도 당근 등에서 노란색이나 붉은색을 띠는 색소인 카로티노이드를 갖고 있다. 카로티노이드는 항산화물질로 조류가 높은 고도에서 강렬한 햇빛이나 자외선에 파괴되지 않도록 방어막 구실을 한다. 연구팀은 “조류가 빠른 속도로 자라는 대증식 때 주변의 눈이 카로티노이드 때문에 붉거나 노랗게 보이는 ‘빙하 블러드’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에리 마레샬은 “바다에서 오염물질에 의한 부영양화가 조류 대증식을 유발하듯이 바람이나 강수를 통해 산꼭대기로 운반된 영양분들이 알프스의 조류 대증식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또한 조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조류로서는 증식하기 좋은 조건일지 몰라도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6년 <네이처>에 보고된 연구는 붉은 눈밭이 무결점의 하얀 눈밭에 비해 햇볕을 덜 반사함으로써 빙하를 더 빨리 녹인다고 분석했다.

마레샬은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와 오염물질이 빙하 블러드 현상을 더 자주 발생시키고 주변 생태계의 다른 유기체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조류가 기후변화의 지표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류의 성장은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를 반영하고, 또한 환경의 변화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자료가 축적돼 있지는 않다. 사람들은 붉은 눈밭을 더 많이 보게 됐다고 말하지만 실제 측정해보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이 간극을 메우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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