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스위스 사스 페의 홀라우프글레처에서 등산객이 빙하 속에 있던 시신을 발견했다. 유전자 감식 결과 숨진 사람은 1987년 알프스에서 실종된 독일인 등산객으로 확인됐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내려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스위스 정부가 파리기후협정 목표 실현을 위해 마련한 ‘이산화탄소세 법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유럽연합이 내세우고 있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스위스 정부는 13일(현지시각) 자동차 연료에 추가 부담금과 항공권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국민직접투표에 부친 결과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스위스는 정책 법안을 특유의 국민직접투표를 통해 제정한다. 파리기후협약 목표 달성을 위해 마련된 이번 법안은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자동차 연료에 대한 세금을 올리고 항공권에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에 대한 투표 결과는 찬성 48.4%, 반대 51.6%였다.
유권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회복해야 할 때 법안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언론들은 해석하고 있다. 세계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스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불과한데 정부 법안이 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0% 이하로 줄이기로 했으며, 유럽연합 국가와 마찬가지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위스의 기온 상승은 전지구 평균의 두배에 이르고, 알프스 빙하는 이번 세기말에 사라질 위험에 놓였다고 평가된다.
알프스 등 빙하가 녹으면서 숨진 등산객들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이산화탄소세 법안에 대해 응답자의 60%가 찬성을 나타내 국민투표 부결은 뜻밖의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모네타 좀마루가 환경부장관은 “부결은 좋지 않은 징후다.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스위스가 파리협정을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스위스 녹색당은 성명에서 “석유·가스회사들과 로비이스트들이 승리했다. (투표 결과는) 기후 극복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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