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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분화 ‘운명 시계’ 거꾸로 돌려 노벨상 탔다

등록 2012-10-09 15:33수정 2012-10-09 22:13

≫ 출처 / nobelpraize.org
≫ 출처 / nobelpraize.org
1962년 '핵치환' 거던, 2006년 '역분화줄기세포' 야마나카 공동수상
올해 2012년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이미 분화를 마친 세포라 하더라도 분화 이전의 세포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체세포 핵이식의 방법으로 입증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던연구소의 존 거던 박사와 역분화 줄기세포(iPS)의 방법으로 입증한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공동으로 선정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8일 “성숙한 분화 세포들도 다른 모든 조직으로 자랄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 미성숙 세포로 역분화시킬 수 있음을 발견한 두 과학자”를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의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역분화 줄기세포' 성과, 불과 6년만에 노벨상 영예

야마나카 일본 교토대학 교수는 2006년 이미 분화를 마친 세포에다 세포의 분화 시계를 되돌리는 유전자 4개를 삽입함으로써 분화 세포의 상태를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초기 줄기세포 상태로 역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 세계 과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이런 기법은 생명윤리 논란을 낳는 난자나 배아 파괴 없이도 체세포의 유전자 조작만으로 뛰어난 분화 능력을 갖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서로 다른 24가지 전사인자들[유전자]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시작하여(그림에선 시험관으로 상징), 타카하시와 야마나카(2006)는 4가지 전사인자(유전자 Myc, Oct3/4, Sox2, Klf4)의 세트만으로 쥐의 배양된 배아 또는 성체 섬유아세포를 다분화 능력(pluripotent)의 세포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분화 능력 세포는 쥐 대상의 생체실험에서 테라토마를 생성하고 키메라 쥐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다분화능 세포들은 유도된 다분화능 줄기세포(iPS 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림과 설명 출처/ nobelprize.org  
서로 다른 24가지 전사인자들[유전자]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시작하여(그림에선 시험관으로 상징), 타카하시와 야마나카(2006)는 4가지 전사인자(유전자 Myc, Oct3/4, Sox2, Klf4)의 세트만으로 쥐의 배양된 배아 또는 성체 섬유아세포를 다분화 능력(pluripotent)의 세포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분화 능력 세포는 쥐 대상의 생체실험에서 테라토마를 생성하고 키메라 쥐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다분화능 세포들은 유도된 다분화능 줄기세포(iPS 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림과 설명 출처/ nobelprize.org  

야마나카는 3년 뒤인 2009년에 저명한 과학저널인 <셀>에 'iPS 세포 다시 바라보기'라는 제목으로 역분화 줄기세포(iPS)의 가능성과 과제를 다룬 글을 발표했다. 당시에 그는 역분화 줄기세포가 당시에 안고 있던 안전성 논란과 기술적 한계를 짚으면서도 결국에는 재생의학에 기여할 것이라는 낙관을 밝혔다. 다음은 그가 쓴 글의 결론 부분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는 실험실의 역분화 줄기세포(iPS) 기술에서 여러 가지의 발전을 목도하게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그렇지만 재생의학에 iPS 세포 기술을 적용하고자 한다면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떠한 세포 재료에서 어떠한 방법을 써서 만들어진 어떠한 iPS 세포라 해도, 엄격한 시험을 거쳐야 하고, 그리하여 임상 적용에 앞서 그 안전성이 확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 견해는 역분화 인자들을 더 적게 쓸수록,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iPS 세포도 더 안전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간단한 일인가? 더 적은 수의 (유전자) 인자로 완벽한 역분화를 성취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사실 [유전자 인자를 삽입하지 않는] 다른 방식(aberrant)의 역분화를 하다보면 iPS 세포가 제대로 분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유도된 분화와 환자 이식 이후에 미성숙 테라토마가 생성될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각각의 iPS 세포 클론에 들어 있는 적은 분량의 세포들만이 분화에 장애를 일으킬지라도, 이런 적은 양의 세포들만으로도 미성숙 테라토마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충분하다. 우리는 각각의 iPS 세포 클론을 정확히 평가하는 방법을, 그리고 임상적용에 앞서서 적절한 서브클론들을 선별하는 방법들을 구축해야만 한다. 이런 도전들이 있지만, 이 새로운 다분화능(pluripotent) 줄기세포의 잠재력은 여전히 엄청나다. 가장 큰 도전, 즉 한정된 인자들만을 써서 역분화를 일으키기의 문제는 풀렸다. 남은 도전 과제들은 기본적으로 기술적 쟁점이다. 나는 그것들이 가까운 장래에 풀리리라고 믿는다. 나는 진심으로 iPS 세포 기술이 세포핵 역분화를 더 잘 이해하는 데 이바지하길 바라며 여러 환자들한테도 크게 이로움이 되기를 희망한다.”(<셀>, http://www.cell.com/abstract/S0092-8674(09)00333-X )

그가 예견한 대로 2006년 이후에 역분화 줄기세포에 관한 많은 연구성과들이 잇따랐다. 초기 줄기세포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 삽입해야 하는 유전자의 숫자가 줄어들었으며, 저분자가 유전자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더욱이 분화 세포를 초기 줄기세포로 역분화한 다음에 다른 분화 세포로 다시 분화하는 대신에 특정 분화 세포를 다른 분화 세포로 직접전환 분화(transdifferentiation)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도 선을 보였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여러 가지 질병의 세포 모형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되어 인간 질병 연구에도 기여를 했다. 여전히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는 안전성, 분화 제어 등과 관련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2006년 첫 성과 발표 이후에 매우 빠른 발전과 확산을 거듭했으며, 이런 배경이 이번 노벨생리의학상 선정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에는 한국인 과학자들도 큰 기여를 했다. 이번에 노벨위원회가 제공한 해설자료를 보면, 김정범 울산과기대 교수를 비롯해 여러 한국인의 논문들이 참고문헌의 목록에 올라 있다. 물론 이런 논문들이 거의 모두 다 한국인 연구자들이 해외 실험실에 속해 있을 때에 이룬 성과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아직 국내 실험실의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연구가 나오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다.

거던 박사는 이보다 40년 앞선 1962년 옥스퍼드대학 동물학과 실험실에서 분화를 이미 마친 개구리 내장 상피세포에서 추출한 세포핵을 개구리 난자에 이식하면 새로운 개구리의 발생 과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 분화 세포도 분화 이전의 초기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노벨상은 그의 업적이 체세포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다음은 거던 박사한테 노벨생리학상을 안겨준 1962년 논문의 일부이다.

존 거던은 자외선을 사용해 개구리 난자에 있는 세포핵을 파괴했다(①). 그런 다음에 난자 핵을 대신해서 올챙이의 분화된 내장상피 세포에서 추출한 세포핵을 집어넣었다(②). 많은 조작된 난자들에선 발생이 일어나지 않았으나 몇몇 사례들에서는 정상적으로 헤엄을 치는 올챙이들이 발생했다(③). 이런 실험결과는 올챙이의 분화된 세포를 발생시키는 데 필요한 유전정보가 공여세포의 핵 안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에 여러 연구를 통해서 이런 기술(체세포 핵 치환)을 사용하면 포유류도 복제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④). 그림과 설명 출처/ nobelprize.org
존 거던은 자외선을 사용해 개구리 난자에 있는 세포핵을 파괴했다(①). 그런 다음에 난자 핵을 대신해서 올챙이의 분화된 내장상피 세포에서 추출한 세포핵을 집어넣었다(②). 많은 조작된 난자들에선 발생이 일어나지 않았으나 몇몇 사례들에서는 정상적으로 헤엄을 치는 올챙이들이 발생했다(③). 이런 실험결과는 올챙이의 분화된 세포를 발생시키는 데 필요한 유전정보가 공여세포의 핵 안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후에 여러 연구를 통해서 이런 기술(체세포 핵 치환)을 사용하면 포유류도 복제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④). 그림과 설명 출처/ nobelprize.org

“배아학에서 중요 문제의 하나는 세포핵 안에 담긴 유전 정보의 안정적인 제약이 세포 분화를 좌우할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그동안 핵치환 기술은 분화 중인 세포 핵이 다른 유형 세포의 형성을 촉진할 수 있음을 어느 정도 입증해왔다. 그러나 완전히 분화된 정상 세포에서 추출한 핵을 이식하는 것에 관한 실험은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발표된 바 없다.…이 논문에서 서술하는 실험은 완전히 분화된 세포에서 추출한 세포 핵을 이식하려는 몇 가지 시도들이다.”(초록)

“이 실험결과는 세포핵이 이미 분화를 마친 내장 세포의 형성을 촉진할 수 있으며 동시에 올챙이 안에서 모든 다른 유형의 분화된 체세포의 형성에 필요한 유전 정보를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세포가 분화했다고 해서 그 세포핵이 다른 유형의 분화 세포들을 발생시킬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결론)

즉, 거던은 세포의 발생과 분화에 관한 유전 정보는 특정한 분화 과정을 거치면서 없어지는 게 아니라, 분화된 세포 안에 여전히 보존되어 있으며 적절한 조건에서는 그런 유전 정보가 다시 새로운 발생 과정을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거던 박사가 처음 입증했던 양서류 개구리의 체세포 복제에 이어, 거던의 핵치환 기법을 이용한 체세포 복제의 성과들이 복제양 돌리를 비롯해 소, 개 등의 갖가지 포유류에서도 속속 등장했다. 이런 체세포 동물 복제는 모두 분화를 이미 마친 세포 핵에도 발생과 분화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유전 정보가 있다는 거던의 실험 결과를 여러 방식으로 다시 입증해주는 근거들이 되었다.

'세포분화 운명의 골짜기' 워딩턴 가설을 뒤집은 인공 역분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세포 분화의 운명적인 시계도 거꾸로 되돌릴 수 있음을 확인해준 두 과학자가 선정되면서, 세포 분화는 자연 상태에서 되돌이킬 수 없는 한 방향으로만 나아갈 뿐이라고 주창했던 워딩턴의 가설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거꾸로 보면 줄기세포 연구는 워딩턴 가설을 뒤짚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기 때문이다. 즉, 거던은 1962년 이미 분화된 세포의 핵을 난자에 넣는 핵치환 기법으로 세포 분화의 시계를 다시 초기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야마나카는 핵치환 없이도 이미 분화된 세포를 유전자 조작 기법으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초기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노벨위원회가 제공하는 노벨상 수상자 선정 해설자료를 보면, 워딩턴 가설은 세포 분화의 시계를 되돌릴 수 있음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처음 입증했던 두 과학자의 업적이 왜 주목받는 의미를 지니는지를 보여준다. 워딩턴은 1957년 '이미 분화된 세포를 미분화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골짜기 바닥에 굴러 떨어진 돌멩이가 산꼭대기로 다시 올라기는 것을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세포 분화의 일방향성에 관한 그림을 제시했다 (아래 그림 참조)

그림A: 수정란이 인간으로 나아가는 정상적인 발생 과정. 난자와 배아를 거쳐 인간 성체로 성숙하는 일방향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림B: 워딩턴은 세포 분화의 과정을 돌들이 골짜기에 굴러 떨어져 각자 분화세포라는 말단의 운명에 도달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후성유전학적 풍경으로 설명했다. 이런 비유는 정상적인 발생이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발생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훌륭하게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세포들은 정상적으로는 다시 산꼭대기로, 즉 미분화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세포들은 정상적으로 이쪽 골짜기에서 저족 골짜기로, 즉 무관한 다른 세포 계통으로 가로질러 갈 수 없다. 그림과 설명 출처/ nobelprize.org
그림A: 수정란이 인간으로 나아가는 정상적인 발생 과정. 난자와 배아를 거쳐 인간 성체로 성숙하는 일방향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림B: 워딩턴은 세포 분화의 과정을 돌들이 골짜기에 굴러 떨어져 각자 분화세포라는 말단의 운명에 도달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후성유전학적 풍경으로 설명했다. 이런 비유는 정상적인 발생이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발생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훌륭하게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세포들은 정상적으로는 다시 산꼭대기로, 즉 미분화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으며, 세포들은 정상적으로 이쪽 골짜기에서 저족 골짜기로, 즉 무관한 다른 세포 계통으로 가로질러 갈 수 없다. 그림과 설명 출처/ nobelprize.org

물론 워딩턴 이전과 이후에도 분화된 세포가 다시 발생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지를 검증하려는 여러 사고실험과 실제실험이 이어졌지만, 세포 분화의 운명적인 일방향성을 보여주는 워딩턴의 그림은 세포의 분화 시계를 거슬러올라가는 역분화의 가능성이 쉽지 않은 것임을 보여주었다.

워딩턴의 비유로 보면, 산꼭대기에 가까울수록 모든 또는 매우 많은 유형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전분화능(totipotent) 세포나 다분화능(pluripotent) 세포, 또는 그보다는 분화 능력의 지위가 조금 낮은 부분분화능(multipotent) 세포의 잠재력을 지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골짜기로는 갈 수 없는 골짜기 아래쪽의 세포들은 이미 특정한 분화 운명의 길을 걸어온 말단 분화세포로 여길 수 있다. 이를 식물의 구조에 비유하면, 산꼭대기는 모든 것의 시작인 씨앗으로, 골짜기 아래는 식물 구조에서 가장 끝자락에 있는 잎사귀로 비유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배아 줄기세포나 역분화 줄기세포(iPS)는 골짜기의 밑에 놓인 분화 세포를 인공 기술을 이용해 다시 산꼭대기 쪽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의 갈래인 것이다(역시 식물의 구조로 비유하면, 잎사귀를 씨앗으로 만드는 것으로 비유할 수도 있다_. 더 높은 쪽으로 끌어올릴수록, 지방 세포를 신경 세포로 전환할 수 있을 정도로 더 큰 분화 능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배아 줄기세포 그리고 배아 줄기세포와 비슷한 능력을 갖춘 역분화 줄기세포는 재생의학 분야에서 비교적 큰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말단 분화 세포를 산꼭대기 부근까지 끌고 올라간(역분화 줄기세포) 다음에 다른 골짜기로 굴러 떨어뜨리는(분화하는) 방법 외에, 한 골짜기에서 다른 골짜기로 직접 길을 가로지르는 직접전환 분화(transdifferentiation) 기법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워딩턴의 '세포 분화 골짜기'는 자연상태에서는 거스를 수 없는 세포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줄기세포와 세포 분화의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공 기술 영역에서 그 운명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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