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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석에서 외계 생명체 발견? 학계에선 시큰둥

등록 2013-03-13 15:23수정 2013-03-13 15:29

스리랑카 운석 시료의 전자현미경 영상들. 논문 저자들은 이 운석에서 규조류 닮은 생명체 형상의 화석이 발견됐으며, 질소가 거의 검출되지 않아 이 화석이 지상 생명체에 오염된 게 아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출처/ http://journalofcosmology.com/JOC22/Paper22%282%29.pdf
스리랑카 운석 시료의 전자현미경 영상들. 논문 저자들은 이 운석에서 규조류 닮은 생명체 형상의 화석이 발견됐으며, 질소가 거의 검출되지 않아 이 화석이 지상 생명체에 오염된 게 아님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출처/ http://journalofcosmology.com/JOC22/Paper22%282%29.pdf
지난해 12월 말 스리랑카에 떨어진 운석에 "규조류 닮은 생명체 화석"
2011년 비슷한 논란 일으킨 온라인저널에 실린 영국연구팀 논문 논란
2011년 혜성의 운석에서 생명체 화석이 발견됐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생물학자의 논문이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스리랑카에서 수거된 운석에서 생명체 화석이 발견됐다는 영국 카디프대학 등 연구자들의 논문이 발표돼 또 다시 연구 방법과 결론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2011년 논문에 이어 이번 논문도 제대로 된 논문 검증 절차를 갖추지 못한 온라인 저널에 실렸으며, 마찬가지로 생명체 화석의 주요한 증거로서 전자현미경 영상을 제시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이번 논문의 연구 방법과 추론, 결론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 뒤따르고 있다.

영국 버킹엄대학과 카디프대학의 우주생물학자·지구과학자를 비롯해 10명이 저자로 참여한 연구팀은 2012년 12월 스리랑크 북중앙 지역에 떨어진 운석 조각을 분석해보니 규조류 닮은 생명체 화석이 발견됐다는 논문을 3월5일 온라인 <저널 오브 코스몰로지(Journal of Cosmology)>에 발표했다. 같은 논문을 물리학술 데이터베이스인 아카이브(arXiv.org)에서도 볼 수 있다. 논문 저자에는 이 저널의 편집위원 2명과 객원 편집위원도 참여했으며, 논문의 책임저자는 저널의 편집위원이다.

스리랑카에 떨어진 운석의 일부 조각. 출처/ http://journalofcosmology.com/JOC21/PolonnaruwaRRRR
스리랑카에 떨어진 운석의 일부 조각. 출처/ http://journalofcosmology.com/JOC21/PolonnaruwaRRRR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2012년 12월29일 오후 6시30분께(현지시각) 불덩이 같은 유성이 스리랑카 북중앙 지역에 떨어지자 이 지역 경찰들이 논 지역인 낙하지점 부근에서 운석으로 보이는 암석 조각들을 수거했으며 이렇게 수거돼 연구팀에 제공된 628개 조각 중에서 운석 3개를 찾아내어 그 중 하나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분석에는 암석의 구조와 성분을 규명하는 데 쓰는 엑스(X)선 회절 분석과 산소 동위원소비 분석, 그리고 전자현미경 관찰 방법이 사용됐다.

먼저, 분석 시료에 쪼인 엑스선이 시료의 미시 구조에 부딪힌 뒤 회절되는 정도를 분석해 시료 조각의 미시 구조와 성분을 규명하는 엑스선 회절 분석법에서는, 운석으로 보이는 시료가 주로 비결정 실리카(85~95 퍼센트)로 구성된 것으로 조사돼 다른 비교 암석 시료와는 다른 특성을 보였다. 또 시료 조각에 있는 산소 동위원소들 간의 비율을 규명하는 산소 동위원소 분석법에서는 지상 암석에 흔히 나타나는 비율과는 뚜렷하게 다른 동위원소 비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상 생명체의 필수 성분인 질소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저자들은 논문에서 “산소 동위원소비 데이터는 (운석으로 보이는 분석 시료인) P159/001-03과 P159/001-04가 운석임을 명료하게 보여주며 이것들이 불덩이를 이룬 폭발유성(bolide)에서 유래한 조각임을 거의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운석 조각이 ‘혜성’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분석 대상 조각이 지상 암석이 아니라 운석 조각이라는 결론을 얻은 저자들은, 이어 주사 전자현미경(SEM)을 이용해 시료 조각의 미시 구조를 관찰했다. 전자현미경 관찰에선 놀랍게도 규조류 닮은 생물체 형상 화석의 구조가 발견됐다고 저자들은 주장했다. 다음은 논문의 일부이다. “질소는 거의 없는 탄소 성분의 생명체 구조가 다량 존재하는데 이는 오래 전에 화석화한 생물체의 흔적임을 강하게 보여준다. 이들 중 일부는 광물암석에 둘러싸여 깊숙히 박혀 있으며 이는 이것이 최근에 생긴 지상 오염물일 수 없음을 시사한다(suggest).”

저자들은 논문의 결론 부분에서 “화석화한 생물 구조의 존재는 30여 년 전 처음 제안된 혜성 범균설(panspermia)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범균설이란 우주 생명의 씨앗이 혜성을 통해 우주 곳곳에 뿌려졌다는 가설로, 영국 우주론 학자인 프레드 호일과 이번 논문의 책임저자이자 논문이 실린 <저널 오브 코스몰로지>의 편집위원인 위크라마싱(N.C. Wickramasinghe) 버킹엄대학 교수가 1980년대 초부터 주장했다.

그러나 이처럼 놀랄 만한 발견은 그 정도의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11년 나사의 우주생물학자 리처드 후버가 같은 저널에 실은 논문에서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 운석에서 남조류 비슷한 구조를 지닌 생물체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힌 뒤 ‘연구방법과 결론을 믿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논란이 빚어진 데 이어, 이번 논문에도 비슷한 전문가 비판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필 플레이트(Phil Plait)라는 천문학자이자 저술가는 논문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을 <슬레이트>의 블로그 공간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먼저, 그는 논문에서 다뤄진 조각 시료가 과연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인지, 또 운석이라 해도 지난해 12월에 떨어진 바로 그 운석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오래된 운석이라면 지상 오염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지역에서 2004년에도 운석이 발견된 적이 있는 데다, 발견지점이 논이어서 광물과 생물의 환경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암석을 분석할 때 기본 절차인 오염 세척 과정이 필수적인데 논문에선 이런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분석 대상 조각이 85퍼센트 이상의 비결정 실리카로 구성됐다는 분석 결과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연구된 운석들에서 그렇게 많은 비결정 실리카를 지닌 운석이 발견된 적이 없다는 점을 들면서 분석된 조각이 운석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스리랑카 운석에서 발견했다는 '살아 있는 규조류'의 현미경 영상. 저자들은 ”향후 연구에서 이런 결과가 확증되고 오염 가능성이 배제된다면 이 운석은 화석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미생물도 지니고 있음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http://journalofcosmology.com/JOC21/Polonn2.pdf
스리랑카 운석에서 발견했다는 '살아 있는 규조류'의 현미경 영상. 저자들은 ”향후 연구에서 이런 결과가 확증되고 오염 가능성이 배제된다면 이 운석은 화석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미생물도 지니고 있음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http://journalofcosmology.com/JOC21/Polonn2.pdf

저자들은 "향후 연구에서 이런 결과가 확증되고 오염 가능성이 배제된다면 이 운석은 화석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미생물도 지니고 있음이 입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http://journalofcosmology.com/JOC21/Polonn2.pdf 그는 이번 연구팀이 지난 1월 같은 온라인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운석에서 살아 있는 규조류를 찾아냈다”는 '너무도 과감한' 주장을 펼치며 살아 있는 규조류의 현미경 사진까지 제시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번 논문의 결론을 믿을 수 없다며 조롱을 섞어 강하게 비판했다. “그렇게 그들은 어떤 암석을 찾아낸다. (충분한 증거도 없이) 그것이 운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고는 (증거 없이) 그것이 최근에 떨어진 유성에서 유래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들은 규조류를 발견한다. (오염 제어도 하지 않고서) 이런 규조류가 우주에서 왔으며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유성들이 [과거에] 지구에다 생명 씨앗을 뿌렸다고 주장한다. 다른 식으로 주장하면 어떨까? 그들은 이미 규조류를 담고 있는 지구 암석을 발견했다고 말이다.”

이 논문을 보도한 여러 해외 매체들도 회의적인 시각을 함께 전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테크놀로지 리뷰> 블로그 뉴스는 논문 내용을 전하면서 “비범한 주장을 펴려면 비범한 증거가 필요하다(Extraordinary claims require extraordinary evidence)”는 원칙을 제시하며 “분석 시료와 증거를 과학계에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이번에 발견된 구조가 생명체의 구조물이 아닐 수 있으며 다른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영 라디오방송인 <엔피아르(NPR)>는 ‘운석에서 오래된 해양 화석을 발견했다는 주장으로 논쟁 촉발’이란 제목의 보도에서 논문이 실린 <저널 오브 코스몰로지>가 2011년에도 결론의 진위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음을 지적하며 논문 내용이 동료 과학자들 사이에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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