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대기에 타르 찌거기를 넣어 모래시계처럼 한 방울씩 떨어질 수 있게 만든 실험장치. 6~12년에 한 방울씩 떨어진다. 출처/ 퀸즐랜드대학, http://smp.uq.edu.au/content/pitch-drop-experi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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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빠름의 시대’에 눈길 끄는 ‘느린 과학들’
‘빠름빠름의 시대’에 눈길 끄는 ‘느린 과학들’
무려 80여 년 동안 진행된 실험장치의 결과에서 논문 1편을 낸 연구도 있고, 400년 넘게 수많은 참여자들이 참여해 관측자료를 쌓아온 연구도 있고…. 연구비 지원 기간 안에 연구성과와 논문을 낼 것을 요구하는 '빠름의 시대'이기에("연구실은 논문공장이라는 자조적인 말도 간혹 들린다), 이처럼 곧바로 성과를 기약할 수 없는 지루한 관측실험의 과학이 오히려 새롭게 조명을 받는가 봅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이번 호에서 보도한 "느린 과학(Slow Science)" 제목의 기획기사에서 짧게는 80여 년, 길게는 400여 년 이어진 과학 활동의 사례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타르 찌꺼기의 유체 성질을 보여주고자 깔대기에 넣은 타르 찌꺼기가 6~12년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을 관측하는 실험장치는 85년 동안 이어지고 있고, 망원경의 우주 관측 이래 400여 년 이어진 태양흑점 수 관측 활동, 그리고 천재형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사를 추적해온 90년 된 장기 연구, 작물 생산에 끼치는 비료의 효과를 살피기 위해 운영되기 시작한 170년 역사의 작물재배 실험장, 그리고 역시 170년 동안 화산 동향을 살피며 화산 연구의 기초를 쌓아온 관측 활동들이 오늘도 이어지는, 다섯 가지의 과학 현장이 이번 네이처 기획기사에서 다뤄졌습니다.
네이처 기획기사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이런 느릿느릿한 과학 활동은 처음에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사람의 개척자 같은 아이디어와 의지도 중요했지만, 스스로 빛나지 않으면서도 그 연구 전통을 잇고자 했던 후계 과학자들의 열정과 끈기가 있었기에, 길고도 멋진 과학의 전통과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소개된 사례가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는 느린 과학의 당양함을 다 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야생 늑대가 어떻게 가축인 개가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959년부터 벌이고 있는 옛 소련과 현 러시아 과학자들의 장기 실험도 이런 느린 과학의 한 사례가 되겠지요("늑대는 왜 개가 되기로 했나", <물바람숲>에서). 또 이 정도로 긴 시간은 아니더라도 국내에서도 조용히 이뤄지는 여러 느린 과학 연구의 사례들은 아주 많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관측실험 활동에서도 단기 과제들이 있을 테고, 연구자들이 장기연구 하나에만 전념할 수도 없을 터이니 "느린 과학"이 모두가 수긍하는 과학 활동의 이상도 현실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조명을 받는 것은, 아마도 지구촌 현대 과학의 많은 부분이 유행하는 연구 주제를 좇아 "빠름, 빠름의 시대"에 살고 있고, 그래서 잠시나마 멈춰 서서 "느린 과학"을 보며 '빠른 과학'을 되돌아보자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용화 가능성에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단기적인 연구 목표의 성취나 당장의 논문 발표보다는 지속적인 탐구 활동을 이어가는 느리고 느린 이런 연구들은 사실, 과학이라는 게 성과에 앞서서 지적 호기심을 끈질기게 이어가는 활동임을 새삼 다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래는 네이처가 다룬 느린 과학의 사례를 간략하게 정리해본 것입니다.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트위터 : @wate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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