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오빗의 론처원 로켓은 여객기 날개 아래 장착됐다 공중에서 발진한다. 버진오빗 제공
‘로켓 공중발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버진오빗(Virgin Orbit)이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간다.
미국 언론들은 버진오빗이 4일(현지시각) 미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파산보호는 기업의 채무 이행을 일시 중지시키고 자산 매각을 통해 새로운 기업 주인을 찾는 절차다.
이는 지난달 말 회사 운영을 중단하고
전체 인력의 85%를 정리해고한다는 방침을 밝힌 지 5일만에 나온 조처다.
댄 하트 버진 오빗 최고경영자(CEO)는 법원에 낸 입장문에서 “변화하는 자본 시장과 높은 이자율 환경으로 인해 새로운 자본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버진 오빗은 ‘괴짜 억만장자’로 알려진 영국의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설립한 소형 위성 발사업체로, 2017년 준궤도 우주관광업체 버진갤럭틱에서 분사했다.
이 회사가 파산까지 이르게 된 것은 로켓 공중발사 기술이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운영자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실패한 탓이 크다.
버진갤럭틱의 준궤도 우주관광 기술에 기반한 로켓 공중발사는 보잉 747기를 개조한 모선 항공기 ‘코스믹 걸’의 왼쪽 날개 하단에 위성을 탑재한 로켓 론처원을 싣고 이륙한 뒤 고도 10㎞ 상공에서 로켓을 분리해 엔진을 점화하는 방식이다.
버진오빗은 이 기술로 2021년 1월 이후 지금까지 6번의 위성 발사를 시도했다. 이 가운데 4번은 성공했으나 2번은 실패했다. 특히 여섯번째 시도였던 올해 1월 영국 콘월에서의 소형 인공위성 발사가 실패한 것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결정적 계기가 됐다.
버진오빗은 수십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서 2년 전 뉴욕증시에 상장했으나 그동안 계속해서 자금난을 겪어왔다. 위성발사 경쟁업체인 스페이스엑스에 비해 발사비용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지난해 잇따라 금리가 인상되면서 자금 조달에 애를 먹었다. 버진오빗의 시가총액은 3일 종가 기준 6500만달러다.
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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