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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과학 기술

보이는 것에 속지 말라…‘올해의 착시’ 입상작

등록 2018-10-26 04:00수정 2020-12-25 09:39

새 현상 발굴해 지각 구조·질환 연구 활용
1위는 3중 착시를 일으키는 입체 평면그림
1위를 차지한 ‘이상한 3중 물체’. 보는 방향에 따라 세 가지 형태를 취한다.
1위를 차지한 ‘이상한 3중 물체’. 보는 방향에 따라 세 가지 형태를 취한다.

백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고사성어가 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시각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 언제나 실체를 곧이곧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시신경을 통해 습득한 정보와 뇌에 저장돼 있는 정보를 비교, 처리하는 과정에서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체의 원근, 속도, 밝기 등 물체의 상태는 물론 사람의 심리나 신체 상태, 고정관념 등에 따라 사물에 대한 정보가 왜곡된다. 이처럼 사물의 실재와 일치하지 않는 지각 경험을 착시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모든 지각 경험에는 원칙적으로 어느 정도 착시적 요소가 개입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착시에 대한 연구는 그래서 감각의 지각 시스템과 안과/신경 질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안과의사, 신경과학자 등으로 구성된 신경상관학회(Neural Correlate Society)는 새로운 지각, 인지 현상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2005년부터 해마다 온라인 공모를 통해 창의적인 착시 작품 콘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14회째를 맞은 `올해의 착시 콘테스트'(The Best Illusion of the Year) 공모전의 2018년 수상작이 최근 결정됐다. 올해의 대상은 일본 메이지대 첨단수리과학연구소(MIMS) 스기하라 고기치 교수의 입체 착시 작품 `3중 착시 물체'(Triply Ambiguous Object)가 차지했다.

“깃발꽂이가 착시를 강화해주는 역할”

네커 큐브, 슈뢰더의 계단 등 기존의 유명한 착시 이미지들은 보통 두 가지 형태의 착시를 유발한다. 반면 스기하라의 물체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세 가지 형태로 비친다. 영상을 보면 깃대를 중심으로 그림을 돌림에 따라서 뒤쪽 두 개의 거울에 비친 물체의 모습이 각기 다른 형태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순한 평면 그림에 깃대를 꽂았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착시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비스듬한 방향의 사물 그림을 볼 때, 우리 뇌는 보통 그 이미지의 왜곡을 바로잡고 정상적인 입체 구조로 지각한다. 그러나 이는 그림 속의 사물의 차원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세 직각 축의 비율을 알지 못할 경우엔 왜곡 현상을 바로잡을 수 없고, 결과적으로 시선 방향에 따라 다른 물체로 지각하게 된다.”

스기하라 교수는 작품 설명에서 “깃발꽂이는 중력의 방향을 나타낸 것인데, 이것이 착시를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마녀의 반지'에서 착상한 `트위스트 운동'

2위는 영국 3개 대학의 3인이 공동제작한 작품 `트위스트 운동 착시'(Movement Illusion With a Twist)에 돌아갔다.

비스듬하게 흐르는 노란색 리본 띠가, 배경에 있는 물방울이 위로 움직이는 데 영향을 받아 마치 리본띠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그 다음에 나타나는 역삼각형 모양의 리본띠는 위쪽으로 넓어지는 착시를, 가운데에 있는 축은 회전하는 듯한 착시를 부른다. 맨나중엔 움직이는 물방울 배경이 사라져도 착시 현상이 이어진다. 이들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돌리면 고리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고 좁아지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마녀의 반지'를 보고 이런 착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한다.

색상만 바꿔줬을 뿐인데 움직이는 것처럼

3위는 영국 선덜랜드대의 2인이 낸 작품 `벌레의 시선 착시'(A Worm’s Eye View Illusion)다. 이 착시 이미지의 뱀은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인데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영상을 보면 뱀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매우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흰색과 흑색 띠 색상을 차례로 바꿔준 것에 불과하다. 이런 착시는 우리 눈이 두 가지 색상 중 선명한 것을 표면으로, 흐릿한 것을 배경으로 자동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밖에 일본 NTT커뮤니케이션 과학기초연구소의 가와베 다카히로 주임연구원이 제출한 `댄스윙 페이퍼스'(Danswing papers)는 배경 조명 색상과 밝기를 바꿔주는 것만으로 정적인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경이로운 현상'(phenomenal phenomenon)이라고 불리는 이 착시 현상은 종이 광고에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 데 유용하다고 개발자는 밝혔다.

착시 콘테스트의 1차 심사는 과학, 예술 및 과학 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행한다. 이들이 정한 10개의 최종후보작을 웹사이트에 공개한 뒤 인터넷 투표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1~3위 입상자에게는 각각 3천달러, 2천달러, 1천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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