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AR6) 실무그룹2 보고서의 아시아 챕터와 도시 및 연안의 정주지를 주제로 한 챕터 검토 저자로 참여한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명 선임연구위원 제공
“우리가 지금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이미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기후변화는 당분간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따라서 기후변화의 영향은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빨리 회복될 수 있는 ‘회복 탄력성’ 높은 발전경로를 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8일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AR6) 실무그룹2 보고서(WG2)가 “인류 발전의 방향성을 다시금 제시하였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명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의 영향·적응·취약성’을 주제로 한 이 보고서 아시아 챕터와 도시 및 연안의 정주지를 주제로 한 챕터의 검토 저자로 참여했다.
—보고서 작성에서 검토 저자는 어떤 역할을 하나.
“검토저자는 작업반(WG)의 공동의장이 각 쳅터 초안의 검토를 위해 초대하는 전문가다. 검토저자는 검토 의견에 대해 보고하고 작성팀이 검토 의견을 적절히 처리하고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전체 범위를 골고루 다룰 수 있도록 보고서의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번 보고서에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관련해서는 어떤 주요 내용이 들어가 있나.
“아시아 지역은 워낙 넓고 기후대가 다양해 한마디로 요약해서 말하기 힘들다. 아시아 일부 지역의 생물다양성과 동식물의 서식처 손실이 기후변화와 연관이 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산호초의 백화현상, 해양과 연안 생태계에서 서식처나 생태계 서비스 훼손 위협이 크고, 특히 수자원과 농업에 영향을 미쳐 식량 생산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 거의 전역에서 홍수와 가뭄, 열대성 저기압, 폭염과 같은 극한 기후현상과 해충의 발생 등으로 기후변화가 식량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러시아와 같은 추운 지역은 온난화가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돼 있어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상황이다. 연안지역 도시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가 이뤄졌나.
“세계의 많은 연안도시는 인구밀도가 높고 각종 사회기반시설이 몰려 있어 기후변화 문제가 생기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연안도시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 태풍과 같은 재해가 발생하면 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역량 강화가 시급하고, 개발을 할 경우 특히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발은 기후 관련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회복 탄력성’ 높은 방식으로 추진하고, 연안생태계의 자연재해 완충 기능과 같은 생태계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폭염과 이주뿐 아니라 특히 정신건강 부분에서도 아시아 지역에 부정적 평가가 있었는데.
“기후변화는 폭염, 홍수, 가뭄과 같은 극한 기상현상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며 대기오염을 악화시키고, 농업 생산성 저하로 영양 공급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의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오고, 특히 생계에 위협이 될 경우 정신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각종 매개체성 질병과 수인성 질병, 알레르기 등에 대한 취약성이 증가하는 것도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보고서가 생태계 복원과 자연의 회복 탄력성을 강조한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기후에 대한 완충 기능은 자연이 제공하는 중요한 생태계 서비스의 하나인데, 전세계 많은 지역의 개발 과정에서 자연이 훼손되면서 동시에 이런 생태계 서비스도 파괴됐다. 이런 지역일수록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고 많은 피해를 보게 돼, 훼손된 자연의 복원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보고서 집필 기간 중에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연의 건강이 인간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으며 인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것도 자연의 회복 탄력성을 강조한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
—이전 보고서와 비교할 때 이번 6차 보고서의 주요 특징은.
“5차 평가보고서의 실무그룹2 보고서는 이전에 나온 극한 기후와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바탕으로 극한기후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기후 리스크라는 개념으로 제시했는데, 이번 실무그룹2 보고서는 구체적인 기후 리스크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5차 보고서가 기후변화에 대한 기존의 취약성 개념을 넘어서 기후 리스크에 대한 문을 열었다면, 이번 6차 보고서는 그것을 보다 구체적이고 본격적으로 다룬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6차 보고서가 담고 있는 핵심 메시지와 IPCC가 이 보고서를 통해 시민들에게 하려는 말은 무엇일까.
“기후변화 대응(온실가스 감축)을 더 서둘러야 한다는 점, 기후 리스크를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 기술 기반의 적응뿐 아니라 자연과 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는 점, 그리고 국가와 사회뿐 아니라 각 개인도 기후행동을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인류 발전의 방향성을 다시금 제시하였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피할 수가 없고 우리는 기후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보다 회복 탄력성이 강한 친환경적인 발전경로를 택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