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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단독] 월성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바닥, 지하수면보다 낮아 ‘유출 우려’

등록 2021-06-23 14:45수정 2021-12-29 14:41

한수원 작성 ‘월성원전 부지 등수위선도’
1·2호기 풍수기 지하수위, 저장조 하단 최대 2.6m까지 상승
저장조 누설 방사성 물질 지하수 유입 가능성 높아
경북 월성 원전 1·2호기의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영구정지된 1호기이다. 이 두 원전의 지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아래 지하수 수위가 비가 많이 오는 풍수기때면 저장조 하단에서 2m 가량 올라가 지하수를 통한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경북 월성 원전 1·2호기의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것이 영구정지된 1호기이다. 이 두 원전의 지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아래 지하수 수위가 비가 많이 오는 풍수기때면 저장조 하단에서 2m 가량 올라가 지하수를 통한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월성원전 1·2호기 지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아래 지하수 수위가 풍수기 때 저장조 하단에서 2m 가량 올라간다는 사실이 한국수력원자력 작성 자료로 확인됐다. 이런 상태에서는 저장조에서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에 섞여 환경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적 지하수 차단·배수 대책을 넘어선 특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입수한 한수원의 ‘월성원전 부지 등수위선도’를 보면, 월성 1·2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주변 지하수 수위는 강수량이 많은 풍수기(2014년 8월 기준)에 해수면에서 약 5~6m 높이에 형성된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가로 12m·세로 20m·깊이 7.8m 짜리 수조 형태 구조물로, 맨 하단이 지표에서 지하로 8.61m 내려간 해발 3.39m에 위치한다. 풍수기에는 지하수 수위가 저장조 하단에서 1.6~2.6m 높이까지 올라가는 셈이다.

자료:한수원 풍수기 등수위선도. 오른쪽에 노랗게 표시한 직사각형이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다. 왼쪽은 2호기 저장조다.
자료:한수원 풍수기 등수위선도. 오른쪽에 노랗게 표시한 직사각형이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다. 왼쪽은 2호기 저장조다.

중수로인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내부는 플라스틱 수지인 에폭시 코팅으로 마감돼 있다. 따라서 에폭시 도막이 열과 방사선 등 영향으로 열화돼 손상될 경우 폐연료봉을 담가둔 냉각수 속 삼중수소가 콘크리트 벽과 바닥으로 스며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설명이다. 게다가 저장조 에폭시 도막 열화 손상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한수원의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 문건을 보면, 한수원이 월성원전에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와 폐수지 저장탱크, 액체폐기물 저장탱크 에폭시 도막을 보수한 것은 2018년 이후에만 10회가 넘는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하부에는 이렇게 누출되는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와 섞여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차수막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월성 1호기 저장조 지하 차수막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속 안전보강 공사(2012년) 과정에 훼손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시공사가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를 설치하려고 기초 파일을 박으면서 0.5㎜ 두께 비닐 차수막까지 뚫어버린 것이다. 환경단체 쪽 원자력 전문가들은 저장조에서 새나온 방사성 물질이 이렇게 손상된 차수막을 통과해 환경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 한수원의 ‘조치계획’ 문건에는 2019년 8월~2020년 5월 사이 월성 1호기 저장조 아래 차수막 위에 고인 물을 모은 집수조에서 1리터 당 최고 35만4000Bq(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런 고농도는 저장조 누설이 아니고는 설명되기 어렵다. 같은 시기 차수막 아래 지하수에서도 최고 3만9700Bq/L가 검출됐다. 바다로 흘러가는 이 지하수 속 농도도 한수원이 월성 1·2호기에서 2014~17년 정상적으로 내보낸 배출수 속 최대농도 평균(39.52Bq/L)의 1000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수 수위가 저장조 위까지 차오르는 것은 누설되는 방사성 물질이 더욱 쉽게 환경으로 유입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 우려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이 상태로면 저장조에서 누설되는 삼중수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이 더욱 쉽게 지하수와 섞여 환경으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정확한 실태를 조사해 지하수를 차단해야 한다. 또 배수 시설을 시급히 보강해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통해 유출되는 것을 막고 저장조 내부를 에폭시 도막이 아니라 경수로 원전과 같은 스테인레스 강판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수원은 <한겨레>에 “원전 구조물이 지하수위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요건은 없다. 원전의 주요 구조물은 지하수 유입 차단시설 또는 영구 배수시설을 외부에 설치해 지하수위가 상승하더라도 구조물에 직접적으로 물이 닿지 않도록 설계·시공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수막과 같은 지하수 유입 차단 시설이 이미 훼손된 상태이고, 배수시설이 지하수 수위가 저장조 하단에서 2m 가량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제기능을 다하고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박창근 원자력안전위원회 전문위원(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콘크리트는 물 속에 들어가면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지하수가 올라올 수 있는 곳에 저장조와 같은 원전 구조물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기준 이전에 상식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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