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3일 호주 석탄 항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도계 아다니 그룹 계열사 아다니 포츠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 사실이 현지 환경단체를 통해 확인됐다.
기후솔루션은 삼성자산운용이 아다니 그룹 소유 카마이클 광산사업에 투자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경고해온 호주 청소년기후행동과 환경단체 마켓 포시즈에 이날 투자 철회 사실을 알렸다고 30일 밝혔다.
삼성 금융계열사가 호주에서 환경단체 등의 압박에 밀려 석탄사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도 아다니 소유 애봇포인트 석탄 터미널 사업에 투자했다가 현지 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삼성 불매운동에 나서자 지난해 7월 이 사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지난해 11월 기후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며 ‘탈석탄’을 선언했다. 이번에 뒤늦게 호주 카마이클 광산사업 투자를 철회한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증권과 함께 석탄 채굴 및 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배제 등을 포함한 투자 가이드라인을 수립해 지난해 12월부터 현업에 적용하기로 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환경단체 압박에 마지 못해 석탄사업 투자를 철회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 석탄 사업에 갈피를 못 잡는 것은 투자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금융기관들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근거만 마련해 놓고 세부적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삼성자산운용처럼 환경단체 압박에 떠밀린 투자 철회 해프닝이 쉽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 주요 금융기관의 석탄 사업 투자 기준은 매우 구체적이다. 악사자산운용은 △석탄화력발전소로 30% 이상 수익을 내거나 전기를 생산하는 회사 △매년 2000만톤 이상 석탄을 채굴하는 회사 △10GW 이상 석탄발전 설비를 보유 중인 회사 △신규 석탄 관련 인프라 개발에 참여 중인 회사를 ‘석탄 기업’으로 정의하고 투자 대상에서 전면 배제하고 있다. 알리안츠는 석탄 기업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늦어도 2040년까지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석탄에 연관된 투자를 종결하기로 공표했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금융권도 이와 같은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탈석탄 투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번 해프닝은 국내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신규 석탄발전 투자 제한에 국한된 탈석탄 기준을 넘어 금융상품 전반에 대한 투자 제한 기준이 조속히 설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인디아 펀드를 운용하는 홍콩법인의 현지 펀드매니저가 카마이클 사업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편입시켰던 아다니 주식을 환경단체의 지적을 받고 바로 매도했다”며 “회사는 엄격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을 정립해 엄격히 적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탈석탄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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