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기후위기 대응 패러다임을 제시한 사회운동가인 나오미 클라인(51)이 “한국은 석탄을 더 빠른 속도로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타 툰베리와 함께 기후운동 아이콘으로 꼽히는 그가 30일부터 이틀 동안 인천에서 비대면으로 열리는 ‘2회 인천국제해양포럼’ 연사로 참여했다. 첫날 오전 개회식 직후 화상으로 전해진 기조연설에서 그는 포스트코로나·기후위기 시대에 한국이 집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과 탈석탄·재생에너지 확충”을 꼽았다.
그는 “(한국 감축 목표가)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지만 점점 더 나아지고 있음이 분명하다”며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지난 4월22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기후정상회의와 지난달 말 서울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P4G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약속한 바 있다.
클라인은 “한국이 계속해서 목표를 조정해나가는 것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한국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석탄을 빠르게 줄여가고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에 투자를 안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내에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어 기후운동가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또 에너지원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여전히 10%에도 미치지 않아 국제사회로부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캐나다 출신 저널리스트인 클라인은 2016년 펴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자본주의 대 기후>를 통해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를 지속하는 한 기후변화와 맞설 수 없다는 통찰을 1000쪽이 넘는 책에 담아내며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본주의와 기술로는 기후변화라는 전지구적 위기를 극복할 수도, 적응할 수 없다는 그의 주장에 전세계가 열광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지명도가 떨어지지만, 세계적 차원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상상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3월에는 <미래가 불타고 있다>는 신간이 한국에서 출간됐다.
클라인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자본주의와 시장은 답을 주지 않는다”며 정부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이 양질의 일자리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이 해결할 수 없는 것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다의 가치를 논하고 해양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타진하는 인천국제해양포럼 성격에 맞춰 바다를 통한 ‘블루뉴딜’도 강조했다.
그는 “바다에 가하는 해를 줄여야 한다. (해상 석유) 시추를 중단하고 석탄 수송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해안을 깨끗하게 해야하고 습지를 경험해야 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안전하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이주할 수 있는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부유한 사람들은 더 높은 곳에 살게 되고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라인은 기조연설에 앞서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단계였던 지난해 제작한 영상을 공개했다. ‘미래에서 온 메시지-복구의 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은 인류가 기회를 찾고 변화해갈지, 과거로 돌아갈지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를 돌보고 (자연 등을) 수리하는 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해양포럼은 인천광역시와 해양수산부가 주최하는 행사로 이번이 두번째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세상이 묻고 바다가 답하다’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