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전 화상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서울시 전력 자립률은 11%를 갓 넘는다. 그나마 2019년 11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800MW 규모 서울화력발전소(마포 당인리발전소) 덕이 크다. 비서울지역에서 석탄발전·원자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송전탑·송전선을 통해 공급받지 않으면 인구 천만명 대도시는 단 1초도 굴러가지 않는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집중된 충남은 서울과 수도권에 전력을 대느라 미세먼지와 송전시설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서울에는 가스발전소는 물론 친원전 진영에서 ‘꿈의 원전’이라고 주장하는 소형모듈원전(SMR) 하나 들어설 가능성이 없다. 서울시가 전력 자립률을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원전만큼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전력생산 방법은 없다. 태양광에 과도하게 집중된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박원순 시장이 ‘대도시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추진했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9일 나온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주창하고 전임 서울시장은 ‘원전 하나 줄이기’라는 이름의 에너지 정책을 지속하며 원전에 대한 불신을 심어줬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 시장은 “태양광·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공급할 수 있는 전력엔 한계가 있다. 특히 (박원순 시장) 정책 중 하나였던 베란다형 미니태양광 사업은 투자 대비 에너지 생산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는데도 계속해왔다. 17개 시·도 중 9곳이 이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이 사업을 중단하고, 대신 민간 주도의 태양광 신기술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양광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던 신재생에너지 정책도 개편하고, 지열·하천수열 등 다양한 에너지원으로 확대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에서 추진한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은 시민과 함께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확대해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 만큼을 대체하자는 내용이다. 특히 베란다형 미니 태양광 사업은 시민들이 자신의 집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해 에너지 소비자인 동시에 에너지 생산자로 기능하도록 한 정책이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사업 전체 기간 미니 태양광 사업에 투입된 비용은 540억원이고 생산한 전력은 38㎿다.
서울시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전력 자립률이 손에 꼽게 낮은 도시 중 하나다. 전력 자립률이 낮다는 것은 전력을 소비하는 양에 비해 생산하는 비중이 낮고,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한 전력 대부분을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충당한다는 의미다. 한국전력 ‘전력통계속보’를 보면, 지난해 1년 동안 서울시가 생산한 전력은 5122GW였다. 또 서울시에 판매된 전력량은 4만5788GW 가량이었다. 이를 전력 자립률로 환산하면 11.2% 수준에 그친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2020년 기준 전력 자립률 약 11%를 기록하는 서울시는 대표적인 에너지 소비지역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 한복판에 원자력발전소라도 건설할 셈이냐”고 비판했다. 이우리 서울환경운동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서울에서 원자력발전을 할 게 아닌 이상 미니 태양광을 포함해 가능한 대안들을 다 시도해야 전력 자립률을 의미있는 수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미니 태양광 사업이) 투자 대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태양광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다. 기술 혁신을 통해 고효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지열·하천수열 등으로 신재생에너지원을 다양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서울시 전력 자립도를 높일 방안에 대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수립할 에너지 정책이 있고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이 있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에 원전이나 화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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