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터빈 발전기를 돌릴 에너지원으로 암모니아가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 뱅크
질소와 수소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인류를 기아에서 구해낸 물질로 꼽힌다. 전 세계 생산량 80% 이상이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는데 필요한 질소 비료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약한 냄새 탓에 환영 받지 못하는 이 물질이 지구가 기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의 필수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 달 탄소중립위원회에 2050년 국내 전력의 10.6~11.6%를 무탄소 신전원으로 공급하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검토안을 제출했다. 무탄소 신전원 연료로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제시했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정부가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잡은 무탄소 신전원 비중은 원자력(7.0%)과 액화천연가스(7.4~7.8%)보다 높다.
탄소중립에 다가가면서 전력 대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게 되더라도 터빈 발전기를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전기 주파수 급변동을 잡아줄 터빈 발전기의 회전 관성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소와 암모니아는 지금 석탄 등 화석연료로 돌아가는 터빈을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돌릴 수 있는 연료다. 탄소중립을 선언한 나라들이 암모니아를 탄소중립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발전 연료로 주목하는 이유다.
일본도 지난해 말 발표한 탄소중립 전략에서 2050년 전력 수요의 10%를 수소와 암모니아 발전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030년까지 발전용 석탄 20%를 암모니아로 대체하는 단기 목표까지 제시했다. 경제산업성은 지난 2월 이를 구체화한 로드맵에서 2030년 300만톤, 2050년 3000만톤의 암모니아 발전 연료 사용량까지 제시했다.
암모니아를 대형 선박 연료로 활용하기 위한 시도도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해양 등이 2024년을 목표로 암모니아 추진 선박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암모니아는 극저온에서만 액화되는 수소와 달리 상온에서도 액화가 가능해 액화 처리와 유지 비용이 적게 든다. 이에 따라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서는 암모니아가 무탄소 연료이면서 수소 저장 운반 수단으로서 탄소중립에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암모니아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해외에서 도입할 수소의 가장 유력한 운반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만든 그린 수소를 공기에서 분리한 질소와 결합시켜 암모니아로 만들어 들여오는 방식이다. 변환된 암모니아에서 질소를 떼어내면 다시 수소가 돼, 발전소·산업시설·자동차·연료전지 등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15일 대전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18개 기관·기업이 참여한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 암모니아 협의체’가 출범한다. 그린 암모니아 생산에서 운송, 추출, 활용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기술 개발 분야에서 협력하려는 것이다. 협의체는 구체적 협력 분야로 저가 그린 암모니아 생산, 그린 암모니아를 통한 수소 공급, 터빈·보일러·선박 연료 활용 등을 내걸었다.
주영준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암모니아 협의체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시작점이 되길 기대하며, 그린 수소를 활용하는 다양한 운송·저장 매체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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