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며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는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폭염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해 전력 예비율이 내려가면서 일부 언론에 ‘전력예비율 10% 붕괴 위기’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전력예비율은 발전사들이 공급 가능한 전력량에서 전력 수요를 뺀 예비력을 수요로 나눈 백분율이다. 수요의 몇 퍼센트 만큼 추가로 공급할 여력이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전력 수요가 예기치 않게 급증하거나 발전기의 고장 등으로 발전량이 갑자기 줄어드는 경우에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유지해야 하는 여유분인 셈이다. 그렇다면 전력예비율이 10%보다 떨어지면 대정전이 발생하는 등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 처할까?
통상 예비율 10% 근거 없어...5.5GW부터 수급경보 준비
전력거래소의 전력수급실적 현황을 보면, 지난 11일 오후 7~8시에 최저 36.1%를 기록한 전력예비율은 12일 전력수요 피크인 오후 4~5시에 최저 11.8%까지 뚝 떨어졌다. 이어 13일 같은 시간대 피크엔 10.1%를 기록하며 10%선까지 내려갔다. 폭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예비율이 10%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시간 문제인 셈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부 언론은 “발전기 고장 등 돌발 사고로 인한 블랙 아웃(대정전)에 대비하기 위해선 통상적으로 전력 예비율은 1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예비율 10%’를 대정전으로 갈 위험을 막기 위해 지켜야 하는 기준선처럼 보도하고 있다. “멀쩡한 원전허가 늦추더니…10년 만에 대정전 위기감”이라는 자극적 표현까지 써서 ‘위기’를 부른 원인으로 “어설픈 탈원전 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이번 여름 전력수급 상황이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을 보면, 이번 여름 전력 수요는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산업 생산 증가와 기상 영향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3년 이후 8년 만에 전력수급경보까지 발령될 가능성이 높다.
전력수급경보 발령 기준은 공급 예비율이 아니라 예비력이다. 비율이 아니라 절대량이란 얘기다. 공급 예비력이 5.5기가와트(GW) 아래로 떨어지면서부터 ‘준비’ 단계에 들어가, 이후 1GW씩 더 내려갈 때마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단계로 격상된다.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가 시작되는 예비력 5.5GW는 이번 여름 최대 전력 수요 전망치 94.4GW를 적용하면 예비율로는 약 5.8%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러면 ‘대정전에 대비하기 위한 통상 예비율 10% 유지’라는 기준은 어디서 온 것일까?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그런 기준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력 예비율이 통상 두 자리 수를 유지하면서 여름철 전기 많이 쓸 때를 빼고는 한자리수로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두 자리 수에서 한 자리 수로 바뀌는 것이) 도드라져 보일 여지는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거래소에서는 예비율이 아니라 예비력으로 5.5GW 이상 유지하면 안정권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급 예비력 많으면 경제성 떨어져…“공급 부족할 때는 소비 줄여야”
전력계통 전문가인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도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 만든 것이 예비력 5.5GW부터 준비 단계에 들어가도록 한 전력수급경보 기준”이라며 “전력수급 계획은 예비율로 하지만 실제 운영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양이어서, 통상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예비율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전력 공급 예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안심이 되겠지만 그만큼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안정성과 경제성의 균형을 잘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 소비자들이 전력 소비를 줄여주고 보상을 받는 수요반응(DR) 등을 적극 활용해 수요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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