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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동연구 10년에도 타당성 결론 못내린 파이로프로세싱

등록 2021-09-02 07:05수정 2021-12-29 14:36

처분장 줄여준다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
과기정통부 “공동보고서, 추가연구 필요 제안”
“연구비 위한 연구 더이상 진행 안 돼” 비판도
경북 울진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울진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와 미국의 10년 간에 걸친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핵연료 건식 처리)과 소듐냉각고속로(SFR) 공동 연구가 두 기술의 타당성에 대해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한 한·미 핵연료주기공동연구(JFCS) 결과를 담은 보고서 관련 설명자료에서 “JFCS 보고서는 한․미 간 연구 과정과 결과를 기록한 보고서로서, 파이로프로세싱의 타당성 등에 대한 결론을 담고 있지 않고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의 이런 설명은 공동연구 보고서에 파이로프로세싱이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본 원자력계의 예상과 다른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물질을 분리해 고속로에서 태울 수 있는 핵연료로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소듐을 냉각재로 쓰는 고속로와 연계한 파이로프로세싱을 사용후핵연료의 부피와 독성을 줄여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로 보고 1997년부터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원자력연구원은 이 두 기술이 결합된 미래원자력시스템에서는 사용후핵연료 대부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직접 영구처분하는 것에 비해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면적을 100분의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방사능 독성도 1000분의1로 저감해 관리기간을 30만년에서 300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이 연구개발 사업은 지난해까지 8천억 가까운 정부 연구비 예산을 소모하고 중단된 상태다. 원자력학계 내부에서까지 사업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원자력학회 이슈위원회는 원자력연구원이 제시하는 핵폐기물과 처분장 저감률에 대해 “초우라늄 물질 회수율을 가장해 나온 이론적 수치이고, 관련된 실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할 경우 다른 수치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 내부 보고서를 발행하기도 했다. 국회에서까지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는 2018년 이 사업을 지난해 말까지 진행하고 종료한 뒤 한미 공동연구 결과를 보고 계속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1일 “향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적정성 검토위원회를 통해 공동연구 보고서에서 제안한 추가연구 등 향후 연구 방향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한국과 미국 어디에서도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파이로프로세싱과 고속로 프로그램에 반대해온 전문가들은 “한미 두 나라가 10년간이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도 타당성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초대 원자력안전위원장을 지낸 강정민 핵컨설턴트는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발생을 고려하면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방사성 폐기물의 20분의1로 감축한다는 원자력연구원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미국 정부가 공동연구에는 응했지만 파이로프로세싱을 핵확산 위험을 초래하는 재처리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상용화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원자력연구원이 추진해온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는 원래부터 타당성이 없는 과제”라며 “10년이나 연구를 했으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추가적인 연구는 계속해야 한다고 한 것은 연구비를 위한 연구를 하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는 한국에서 원자력연구원, 미국에서 아이다호연구소와 아르곤연구소 등이 참여했다. 10년 간 투입된 연구비는 약 1200억여원으로 한국과 미국이 절반씩 부담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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