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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탄소중립 갈길 바쁜데 멈춰선 풍력발전, 그 까닭은?

등록 2021-09-13 16:33수정 2021-12-29 14:36

올 상반기 확충 풍력발전 설비 25㎿ 불과
이대로면 2030년 설비목표 달성도 어려워
업계·기후단체 “사업성 보장 방안 찾아야”
강원 횡성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강원 횡성 태기산 풍력발전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의 하나인 풍력발전 설비 확충 속도가 지난해 말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졌다. 풍력발전 업계는 물론 기후변화 정책 전문연구단체에서도 관련 기관들의 복잡한 사업심사 절차와 전력판매사가 아닌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재생에너지공급의무제(RPS)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가 집계한 재생에너지 신규 보급 용량 자료를 보면, 2019년에 추가된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191메가와트(㎿)로 신재생에너지 설비 신규 보급 용량의 4.3%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 162메가와트가 추가됐으나 하반기에는 80.2메가와트로 확충 속도가 둔화됐다. 그러다 올해 1분기에는 25메가와트로 줄어들더니 2분기에는 추가 실적이 0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상반기까지 확충된 태양광 설비는 풍력 설비의 90배인 2264메가와트에 이른다. 이런 풍력설비 확충 속도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물론 2030년까지 17.7기가와트(GW)의 풍력설비를 확충하기로 한 기존의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 달성도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풍력발전 업계는 풍력발전 설비 확충이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진 주요 이유로 전력 공급 장기계약에 필요한 관련 기관의 심사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쩍 까다로워진 점을 꼽는다. 풍력발전 사업자가 재생에너지공급 의무를 진 발전공기업과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전기를 판매하려면 정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의 계약금액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정해진 계약금액은 20년 간 변동없이 적용돼 과다하게 정해질 경우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4월 장기계약을 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심사에 앞서 한국전력거래소와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적정성 심사를 받도록 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에 대해 한국풍력산업협회 관계자는 “계약 가격 심사를 받는 풍력발전 사업 대부분이 이미 5년, 10년 간 추진된 사업이어서 지출된 비용이 충분히 반영돼야 하는데 심사 과정에서 인정되는 가격이 너무 낮다보니 발전사업자들 쪽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가 제일 크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업계에서는 한국전력이 발전공기업에게 지급하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이행 비용 정산가격이 모든 재생에너지 계약 단가를 종합한 단일 가격 형태로 돼 있는 것도 문제로 꼽는다. 이 관계자는 “풍력발전은 태양광 발전에 비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모두 합쳐 하나의 정산 가격을 적용하다보니 풍력발전업체와 장기계약을 맺어야 하는 발전공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정책 전문연구단체의 진단도 풍력발전 업계의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후솔루션은 13일 발표한 ‘RPS 시장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풍력발전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풍력발전 보급 지연의 근본 원인으로 발전공기업에 재생에너지공급 의무를 이행하도록 한 현행 아르피에스 제도를 지목했다. 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전력 판매사업자가 아닌 발전사업자에게 부과한 제도가 장기공급 계약 가격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통제로 이어져 풍력발전 활성화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계약 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심사로 발전공기업의 풍력발전사업 출자에서 계약까지 최소 8개월에서 최대 2년까지 소요돼 실제로 풍력발전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절차가 지나치게 중복적이고 복잡한 측면이 있어서 민간 발전사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발전공기업이 민간 발전사업자와 상호 경쟁하는 동시에 민간 발전사업자에 대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자 역할을 하는 기형적 구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전력이 발전공기업에 정산해주는 아르피에스 의무 이행비용 정산 기준가격을 여러 재생에너지 발전 계약 단가를 가중 평균해 산정하게 한 것도 주요 문제로 지목했다. 그 결과 정산 가격이 풍력발전 계약 단가보다 싼 태양광 발전 계약단가에 좌우돼, 풍력 발전사업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며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풍력발전의 평균 계약 가격은 171.7원/㎾h이었으나 평균 정산가격은 이보다 10원 이상 낮은 159.1원/㎾h 수준이었다. 태양광 발전의 평균 계약 가격이 157.5원/kWh으로 낮았던 것이 영향을 끼친 때문이다.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지금 아르피에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전력판매사가 아닌 발전사에 재생에너지공급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런 구조를 개선하고, 풍력발전에 대한 정산 기준가격을 분리해 사업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시장 제도를 빠르게 바꾸지 않으면 풍력발전의 보급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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