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낮 12시를 기해 제주도 남쪽 바깥 먼바다에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이날 오전 서귀포시 법환 앞바다에 파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
원래 가을 태풍은 한반도에 자주 찾아왔을까? 최근 들어 가을(9·10월)에 찾아오는 태풍이 늘었고 여름 태풍(6~8월)이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년 전보다 10년 전에 불어온 태풍의 바람 세기가 강해지고 피해 지역도 늘어나고 있었다.
기상청은 14일 정례브리핑을 열어 중국 상해에 머물고 있는 14호 태풍 ‘찬투’가 추석 연휴께 남해안으로 북상할 것이라고 예보한다.
한국을 지나는 가을 태풍은 이례적인 현상은 아니다. 2003년 9월 태풍 ‘매미’는 경상남도 남해에 상륙한 뒤 부산·경남 일대를 휩쓸고 강원 지역으로 빠져나가며 큰 피해를 남겼다. 2002년 8월31일에도 태풍 루사가 역대급 피해를 남겼다. 최근 가장 태풍이 잦았던 해인 2019년은 총 7개의 태풍이 한국에 영향을 줬다. 그해 13호 태풍 ‘링링’, 17호 ‘타파’, 18호 ‘미탁’이 9월 이후 한국에 상륙했거나 직접적 영향을 준 태풍이다. 한국에 큰 피해를 남긴 1959년 태풍 ‘사라’도 9월15~18일 발생했다.
2017년 10월22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높은 파도가 해변으로 몰아치고 있다. 북상하는 제21호 태풍 ‘란’의 영향으로 부산지역에 강풍 경보가 내려지고 해상에 풍랑특보가 발효돼 어선 출항이 금지됐다. 연합뉴스
특히 가을 태풍의 빈도는 늘고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고 있었다. 인제대학교 대기환경정보공학과 박사과정 나하나씨와 정우식 교수는 지난해 8월 한국대기환경학회에 실은 논문 ‘한반도 영향 가을태풍, 과거와 현재의 특성 변화’에서 이같은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1954~2003년(1구간), 2002~2010년(2구간), 2011~2019년(3구간)으로 나눠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의 수, 강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1구간에 총 175개, 2000년대 초반 10년인 2구간이 24개, 최근 10년이 36개의 태풍이 불어왔다. 연구진은 최근 10년과 최근 20~10년 전을 비교해보니 10년 사이 태풍의 영향이 1.5배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여름(6~8월) 태풍만 따로 구분해보면 1구간은 전체 태풍의 74.3%(138개)가 여름에 불었다. 2구간은 70.8%(17개), 3구간은 63%(23개)로 여름 태풍의 수가 줄었다. 반면 가을(9·10월)에 불어온 태풍은 1구간 20%(35개), 2구간 29.1%(7개), 3구간 33.3%(12개)로 증가했다.
여름철 태풍만 따로 보면, 8월 태풍은 36~37%로 1~3구간 다 비슷했지만 한여름인 7월 태풍은 1구간 32.6%(57개), 2구간 29.2%(7개), 3구간 22.2%(8개)로 감소했다. 반대로 10월 태풍은 최근 10년 동안 5개(13.9%)나 불어 1구간의 3개(1.7%)보다 비율이 크게 늘었다. 연구진은 “1954년 이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총 8개의 10월 태풍 중 5개가 최근 10년 사이 나타나 62.5%가 집중됐다는 점는 앞으로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가을 태풍 발생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제대학교 대기환경정보공학과 박사과정 나하나씨와 정우식 교수는 지난해 8월 한국대기환경학회에 실은 논문 ‘한반도 영향 가을태풍, 과거와 현재의 특성 변화’에서 한반도에 영향을 줬던 여름 태풍과 가을 태풍의 빈도와 강도를 조사했다. 1954~2003년(1구간), 2002~2010년(2구간), 2011~2019년(3구간)으로 나눠 조사한 결과 최근들어 가을 태풍이 자주 한국으로 향하는 추세가 확인됐다. 논문 ‘한반도 영향 가을태풍, 과거와 현재의 특성 변화’ 갈무리
연구진은 가을 태풍이 과거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논문 갈무리
가을 태풍은 강도도 세지고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연구진이 기상청 RDAPS(Regional Data Assimilation Prediction System·지역 데이터 예측 시스템)자료가 제공되기 시작한 2구간과 3구간의 태풍을 모니터링한 결과,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제주·남해안뿐 아니라 강원 내륙과 전라권 해안과 동남권역(경상 지역)에도 태풍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2구간에는 한반도 중부 내륙과 해역에만 초속 33m 이상의 강한 바람이 34% 분포했지만, 3구간에는 한반도 전체 내륙과 연안에 초속 33m 이상 강한 바람의 분포 비율이 61.7%로 올라갔다. 연구진은 “9·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과거보다 더 강한 바람을 동반하며 넓은 영역에 걸쳐 이러한 강풍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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