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빅스포)' 개막식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0일 개막한 탄소중립을 위한 신기술 전시회인 ‘2021년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빅스포)’ 에 참석해 ‘원전 없는 탄소중립 불가론’을 역설해 환경·에너지 관련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원전 없이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원자력계에서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엔사무총장 뿐 아니라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역임해 원자력을 둘러싼 논쟁에서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는 유력 인사의 공개 발언이라는 점에서 환경·에너지 관련 단체들이 주목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광주에서 열린 빅스포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탄소중립위원회는 재생에너지 비율을 70.8%로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지형적 조건과 기후 환경을 감안할 때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며 “한국은 안전하고 효율이 높은 소형원자로(SMR)에 특화된 강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전환포럼은 11일 성명서를 내어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일부 에너지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에만 부합하는 발언이며 에너지전환정책을 정쟁화 시키는 매우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기후변화협약의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었던 과학자그룹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IPCC)가 이미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할 때 전체 발전비중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 69%~86%가 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확대와 이를 위한 과제에는 침묵하고 2030년 이후에도 상용화가 불확실한 소형모듈원전(SMR)의 활용 필요성에 대해서만 발언한 것은 기후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탄소중립이 잘못된 타임라인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전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방향 제시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협소하고 편협한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잘못된 방향으로 발언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도 이날 논평을 내 “반기문 전 총장의 발언은 우리나라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실언이다. 원전이 탄소중립의 대안이라는 주장은 원전 산업계의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환경연합은 “원전은 기후위기로 인한 태풍·홍수 등의 대형 재난 앞에 잦은 고장과 가동 정지가 발생하는 등 오히려 기후위기 시대에 취약함이 드러나고 있다. 또 2021 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WNISR)에 따르면 2020년 재생에너지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37달러/㎿h인 반면 원자력은 163달러/㎿h여서 재생에너지에 비해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에 재생에너지 발전 대비 4배로 제시된 원자력 발전 비용은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라자드가 미국 시장 기준으로 보조금을 제외한 조건 아래 산정한 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환경연합은 반 전 총장이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강점이라는 스마트 원자로 개발은 예비타당성 조사 부적합 판정을 받아 2008년 한 차례 폐기됐었고, 이전 정부들이 수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상용화는 커녕 안전성에 대한 검증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소형모듈원자로를 탄소중립의 대안이라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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