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등 남부지방에 늦더위가 이어진 지난 10월5일 오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외국인과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왼쪽)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발령된 지난 10월16일 오후 서울 시내 거리에서 한 가족이 서로를 안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는 2018년 역대급 폭염, 2019년 영향 태풍 7개, 2020년 가장 긴 장마 등 해마다 발생했던 기상이변이 없는 무난한 한 해가 되어가는 듯 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11월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1위를 기록해 기후변화에서 ‘평범하지 않은’ 또 하나의 해로 기록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8일 “올해 2월과 3월, 또 9월부터 10월 중반까지 평년보다 기온이 월등히 높아 1∼11월 전국 평균기온이 전국적 기상 관측망이 갖춰진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평균기온은 14.4도로, 이전 가장 높았던 2019년과 2016년의 14.3도보다 0.1도 높아 역대 1위로 기록됐다.
2021년은 가을철 일시적인 기온 급강하 현상 외 특이한 기상이변이 없었다. 2020년 12월∼2021년 11월 전국 평균기온 변화. 초록색 선은 평년값, 빨간색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 파란색은 평년보다 낮은 기온. 기상청 자료 재가공
2020년 7월에는 역대급 긴 장마로 평균기온이 이례적으로 낮았다. 2019년 12월∼2020년 11월 전국 평균기온 변화. 초록색 선은 평년값, 빨간색은 평년보다 높은 기온, 파란색은 평년보다 낮은 기온. 기상청 자료 재가공
기상청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상위 10위 가운데 2010년대 이후 7개 해가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1월부터 12월까지 연평균기온으로는 2016년이 1위(13.4도), 2019년이 2위(13.3도)이지만, 기상청은 겨울철 전망에서 올해 12월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거나(40%) 비슷할 것(40%)으로 예상하고 있어 올해가 역대 1위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상청은 이날 발표한 ‘가을철 기후분석 결과’에서 “올해 가을철(9∼11월) 평균기온은 14.9도로 평년보다 0.8도 높아 역대 5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9월초부터 10월 중반까지 평균기온(20.9도)은 역대 가장 높았던 반면 10월 중순 이후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10월 기온 변동폭 또한 역대 가장 컸다.
올해 10월 전반기까지 고온현상은 가을철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열대고기압(여름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에 장기간 머물면서 따뜻한 남풍류가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이후 아열대고기압이 물러나면서 막혀 있던 찬 대륙고기압이 빠르게 확장해 이틀새 11.7도가 떨어지는 기온 급강하 현상이 빚어졌다.
9월 초부터 10월 중순까지 ‘가을장마’로 지칭될 정도로 비가 자주 내렸지만 막상 가을철 강수량(256.4㎜)은 평년(216.9∼303.7㎜)과 비슷했다. 11월에는 찬 대륙고기압이 두 차례 일시적으로 확장해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평년보다 이른 시기에 첫눈이 관측됐다. 서울의 경우 11월10일 첫눈이 내려 지난해보다 한 달, 평년보다 열흘 일렀다.
태풍은 지난 9월 제14호 태풍 ‘찬투’가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장기간 정체해 제주도에 많은 비를 뿌려, 올해 영향 태풍은 모두 3개로 기록됐다. 올해는 태풍 피해도 크지 않아, 지난해(4개), 2019년(7개)과 비교하면 무난하게 지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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