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대 대선 주요 후보들의 기후·환경공약이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서 후퇴하거나 모호해지고 있다. 탈석탄 방향에 대해선 선명성을 다투기보다 모호함을 취하고, 원전 정책은 다투듯 기존 정책을 뒤집거나 제동을 거는 모양새다. 차기 정부의 기후·환경정치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미래세대와 전문가 그룹에선 우려를 제기한다.
청소년기후행동이 14일 대선 후보들로부터 받은 기후위기 정치 비전에 대한 답변을 공개하며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두루뭉실한 답변들이 많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경우 “아이피시시(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를 제대로 읽어보긴 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주요 공약들을 비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의 당사자 조직을 표방한 청소년연대로, 정부 상대로 기후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1570명의 시민들 명의로,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엔디시), 탈석탄 계획, 산업구조 전환 방향 등을 양강 후보 외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김재연 진보당, 오준호 기본소득당,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에게 지난 9~11월 물어 답변을 취합 분석했다.
이날 공개된 답변을 보면, 이재명 후보는 원전에 대한 구체적 답변은 유보한 반면 5개의 신공항 건설을 거듭 약속했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까진 현 정부의 원전 정책 계승을 약속했으나, 이후 대선 과정에서 “국민 의견”을 전제로 현 정부는 짓지 않기로 한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 재검토를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이 후보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신공항 건설은 지양해야 하나 가덕도 신공항은 인천으로 집중되는 여객·물류를 부산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며 “가덕도 신공항을 탄소중립 공항으로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도 답변했다. 항공산업의 탄소배출 문제를 떠나, 지역의 공항들이 이미 이용자 감소로 운영에 허덕인다는 점에서 이들이 결코 환영할 수 없는 방향인 것이다.
윤석열 후보는 “탄소중립 수단으로(서의)” 원전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엔디시 상향 목표나 탈석탄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엔디시에 대해 “적합한 엔디시 수준은 취임 후 만들어 제시하되 세대 간 다양성, 형평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산업계 이해관계를 이유로 한국정부가 내놓은 ‘2030 엔디시’를 재설정하겠다고 주장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국제협정을 파기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탈석탄에 대해서는 “탈석탄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되 시기는 안정적 전력공급 문제와 재생에너지 확충 추이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만 했다.
이 후보로선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을, 윤 후보는 국제약속과 기후위기 의식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에서의 전략적 모호함인 셈이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구미시 금오공대를 방문해 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원전을 다 없애버린다, 이게 아니고 ‘감원전’ 정책으로 표현을 바꿔야겠다. 원전을 줄인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기후 대통령’을 자처한 심 후보는 ‘2010년 대비 50% 감축’으로 엔디시 상향, 기후에너지부 신설, 주4일제를 활용한 탄소배출량 감축, 신공항 건설 반대 등을 공약으로 내놓으며, 청소년기후행동으로부터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주요 후보들의 기후공약에 대한 비판이 미래세대한테만 나오는 건 아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한겨레>에 “대선 후보들이 석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현 정부가 세운 것조차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태도가 보인다”며 “지난 대선에 비해서 많은 후보들이 원전의 안전성, 사고의 위험, 폐기물 문제를 망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후보도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이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시류에 따라서 바꿀 수 있다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현 정부의 원전 정책보다 후퇴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현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교수는 “20대 대선주자들의 기후공약을 보면, 특히 거대양당 후보의 경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경제구조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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