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탄 아마존 판타나우습지에서 연구원이 동물들의 피해를 조사하고 있다. 브라질 ‘육식성 포유류 연구 및 보존을 위한 국립센터/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치코 멘데스 연구소’(CENAP/ICMBIO) 제공
지난해 아마존의 판타나우습지에서 일어난 산불로 1700만마리의 동물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 엠브라파 판타나우연구소와 ‘육식성 포유류 연구 및 보존을 위한 국립센터/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치코 멘데스 연구소’(CENAP/ICMBIO) 등 연구팀은 17일 “세계 최대 습지인 판타나우에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 불로 전체 면적의 30%가 파괴됐다. 그 결과 1700만마리의 척추동물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매체 <사이언티픽 리포츠> 16일(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1038/s41598-021-02844-5)
판타나우습지 화재에서 살아남은 사슴. 브라질 ‘육식성 포유류 연구 및 보존을 위한 국립센터/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치코 멘데스 연구소’(CENAP/ICMBIO) 제공
지난해 판타나우에서는 모두 2만2천여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판타나우가 있는 중부 브라질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알렉스 리스 영국 맨체스터메트로폴리탄대 교수는 “지난해 산불은 세계에 종말이 온 듯한 끔찍한 일이었다. 이 지역에서 평상시 일어나고 있는 화재와 회복 경험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그는 “규모면에서 통상의 경우와 달랐던 지난해 화재는 이 지역에 닥친 역대급 가뭄과 분명히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판타나우습지가 원산지인 세계에서 가장 큰 설치류 카피바라.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발로 뛰며 동물들의 피해를 집계했다. 화재가 발생하면 48시간 안에 해당 지역에 도착해 정해진 간격으로 길을 따라가며 발견되는 모든 동물들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300여 종의 동물들을 분류한 뒤 그들이 조사한 지역을 토대로 전체 면적에서 불에 타 숨진 동물들을 추산했다. 판타나우습지는 브라질과 파라과이, 볼리비아 3국에 걸쳐 있는 세계 최대의 습지로, 14만~16만㎢ 면적에 재규어, 개미핥기, 철새 등 수천종의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불에 탄 아마존 판타나우습지 모습. 브라질 ‘육식성 포유류 연구 및 보존을 위한 국립센터/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치코 멘데스 연구소’(CENAP/ICMBIO) 제공
논문 제1저자인 브라질 엠브라파 판타나우연구소 생태학자 왈프리도 모라에스 토마스는 “광대한 면적을 생각하면 동물 숫자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 연구팀을 놀라게 한 것은 특정 종 그룹이 다른 그룹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 조사 결과 가장 많이 죽은 동물은 작은 뱀들로, 전체의 55.4%인 약 940만마리가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음은 작은 설치류(약 330만마리)와 작은 조류(98만마리)가 뒤를 이었다. 대형동물 중에서는 조류가 57만여마리(3.4%)로 가장 많았고, 유제류와 포유류가 각각 약 46만마리로 다음으로 많았다.
토마스는 “뱀이 엄청나게 많이 죽은 것은 먹이사슬에 영향을 줄 것이다. 뱀은 개구리의 포식자여서, 생태계에 짐작하기 어려운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잦은 산불이 인간이 발생시킨 기후변화 영향이 가시화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토마스는 “연구 결과는 암울하지만 재해 규모를 엄청난 수치로 제시하는 것은 해당지역에서 적절한 화재 대책과 정책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