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에 대한 투자를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 초안이 공개됐다.
<로이터>와 <유랙티브>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사업을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적 녹색 투자로 분류하는 택소노미 초안을 마련해 지난 31일 회원국들에게 보냈다.
이 초안은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검토를 거쳐 이달 중 집행위원회 안으로 공식 발표된다. 이 초안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나 유럽연합 의회 다수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확정된다.
공개된 초안은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 녹색 투자로 표시될 수 있도록 했다. 초안에 따르면 신규 원자력 발전소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발전소의 수명 연장도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다만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소에 대한 투자도 킬로와트시(㎾h)당 온실가스를 270g 미만 배출하고, 오염을 더 많이 일으키는 화석연료 발전소를 교체하고, 2030년말까지 건설 허가를 받는 등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유럽연합 집행위 초안은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충분히 지속가능하지는 않지만 유럽연합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과도기적 활동이라고 보고 녹색 투자에 포함시켰다. 집행위는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 진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 전반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데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은 지난 1년 간 원자력의 녹색 분류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원전 발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원전에 대한 투자 확대를 위해 원자력 에너지를 녹색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탈원전을 내건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의 안전 문제를 들어 이에 반대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 집행위가 원자력을 녹색으로 분류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힌 바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집행위원회가 이번에 공개된 초안을 택소노미로 공식 채택해도 향후 4~6개월 간 회원국들이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오스트리아가 공공연하게 밝혀온 것 처럼 유럽사법재판소 소송으로 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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