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한 사육곰 농가의 철창 속에 있는 사육곰들. 동물자유연대 제공
정부가 2026년부터 곰 사육을 전면 금지하고 생존한 사육곰을 위한 생츄어리(Sanctuary·야생동물 보호구역)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좁은 철창에 갇혀 살다 웅담 채취를 위해 도축되는 사육곰의 비극이 끝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곰 사육 종식 이행계획이 공개됐다.
먼저 2026년 1월1일부터 곰 사육과 웅담 채취가 금지된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2025년까지 ‘곰 사육 금지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하는 등 법적 기반 마련한다. 농장주가 불법적으로 곰의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습적 불법증식에 대한 가중처벌, 불법증식된 개체에 대한 몰수 규정 마련, 강제 중성화 조치 등도 시행한다.
곰 사육이 종식된 이후 생존한 곰들은 생츄어리로 자리를 옮긴다. 생츄어리는 곰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인도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환경부는 현재 전남 구례군과 충남 서천군 두곳에 생츄어리 조성을 추진 중이다. 구례군에서는 현재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고 내년인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천군 생츄어리도 올해 설계에 착수해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2023년 말부터 사육곰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생츄어리로 이송된다.
한국의 사육곰들은 동물권 인식이 바닥이던 1980년대 초 농가의 소득 창출 수단으로 홍보됐다. 국제적 멸종위기종(CITES)이지만 웅담, 발바닥, 피 등이 식용으로 거래됐다. 곰 보호 목소리가 높아지자 곰 수입 전면 금지(1985년), 무역 제한(1993년) 조치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국내로 들여온 사육곰은 사실상 방치됐다. 환경단체 요구로 2010년대 중반에야 중성화 사업이 시행됐고 관할 지방청의 허가를 받은 증식만 가능해졌지만 일부 농가에서 불법 증식이 이뤄져왔다. 현재로선 사유재산인 곰들을 매입하지 않는 이상 웅담 채취도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사육곰 개체수는 360마리, 사육 농가는 24곳이다.
환경부는 이날 동물자유연대, 녹색연합,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등 시민단체와 구례군, 서천군 등 지자체, 사육곰협회와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협약도 맺었다. 협약에는 생츄어리 조성을 위한 협력, 사육곰을 위한 모금 및 구조활동, 보호시설 이송 전 농가에서의 안전한 사육곰 관리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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