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젠더CC-기후정의를 위한 여성’의 기후정의 여성 담당관 파리나 호프만. 지난해 11월6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글로벌기후시위에 참석한 모습. 젠더 CC.
지난해 말 독일의 새 정부는
독일 연정 합의문을 통해 “파리기후보호 목표 달성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며 이전 정부의 2038년 ‘탈석탄’ 정책목표에서 더 나아가 2030년까지의 ‘탈석탄’을 선언했다. 이전 메르켈 정부에서 남은 원전 3기의 가동을 올해 말까지 전면 중단한다고 이미 밝혔다. 2011년만 해도 원전은 17기였다. 대신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현재 40%에서 두배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런 정책목표는 문재인 정부의 지향과 겹치지만, 국내에선 프랑스 등의 친원전 정책을 부각하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이들이 적잖다. 정권이 바뀌면 결국 감원전 정책이 후퇴하리란 전망도 많다. 독일의 정책 기조는 오랜 기간 어떻게 일관될 수 있을까.
<한겨레>는 독일 기후환경단체 ‘젠더CC-기후정의를 위한 여성’의 기후정의 여성 담당관인 파리나 호프만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지난해 말 유럽 일부의 친원전 기류가 보수매체를 통해 자주 소개되던 때다. 호프만은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의 독일이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에서 에너지를 수입해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독일이 프랑스에 수출하는 전력이 더 많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3일 대선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재생에너지의 한계로 주장한 점이기도 하다. 호프만은 또 “지난 총선에서 친원전이었던 보수정당은 의석을 잃었다”며 독일 사회의 탈원전 정책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탈석탄)하기로 했다. 석탄 감축 계획이 (에너지 공급상) 원전 폐쇄 정책에 영향을 주진 않는가.
=독일도 재생에너지만으로 에너지를 충당할 수는 없고 원자력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원자력을 녹색에너지로 정의하고 이를 시장에 판매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원전의 위험성 때문에 여성들이 주로 원전에 적극 반대해왔다.
-원전이 안전하고 저렴한 에너지라는 이들도 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화석연료 가격 변동을 고려할 때 원전 사용이 낫지 않나.
=원전이 안전하고 저렴하단 인식은 잘못됐다고 본다. 많은 원자력 회사들이 파산했고 세금을 들여 일부만 구제됐다. 원자력 발전이 종종 값싼 에너지로 묘사되지만 정부의 보조금이나 원자력에 대한 세금 면제 때문이다. 폐기물 저장과 (시설) 확보 등 원전의 전체 수명에 걸친 비용은 (저렴하다는 논리에) 잘 반영되지 않았다. 오염 비용도 마찬가지다. 원전 기술은 복잡해 완전하지 않다. 오염 또는 기술적 위험은 항상 남아있을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으로서 원전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공정하지 못하다.
-독일에서도 원전업계나 원자력학회가 정부 정책에 반대하지는 않나.
=원자력을 옹호하는 운동들도 있다. 지난해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에서도 세계원자력협회(WNA), 캐나다원자력협회(CNA), 국제청소년원자력학회(IYNC), 핵에너지협회(NEI) 등이 주최하는 행사가 열렸다. 독일 언론은 전반적으로 원자력에 대해 비판적이나, 폐기물이나 해외 기업과의 관계 등에는 관심이 적다.
-원전에 반대하는 근본적 이유가 있나.
=원자력은 군사화와 연결되어 있다. 원전에 대한 투자는 핵무기 연구의 공동 자금과 핵전쟁 지원으로 이어진다. 우라늄 자원에 접근하기 위해 넓은 면적의 땅을 오염시키거나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기도 한다. 또 원자력은 불공평한 에너지 자원 중 하나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에게 결과를 떠넘긴다. 여성의 경우 남성과 동일한 양의 방사선에 노출되면 암 발병·사망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도 있다.
-독일의 탈원전·탈석탄 정책 기조가 수정될 가능성은 없나.
=기존 집권 세력이 의석을 잃지 않았다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중국·영국·네덜란드 투자자들이 진출해 핵연료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독일 역시 원전 원료들을 생산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는 원전에 관여하고 있고 핵폐기물의 완전한 폐기가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사실이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총리관저 앞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의 가면을 쓴 환경단체 소속 활동가가 ‘지속 가능'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채 기후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원전과 천연가스를 환경친화적인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에 포함하려는 유럽연합(EU) 집행부의 계획에 반발하고 나섰다. AP/연합뉴스
-프랑스가 원전을 이용해 생산한 에너지를 독일이 수입한다는 비판이 있다.
=프랑스에서 독일로 수입되는 핵에너지는 독일의 에너지 수요 때문이 아니다. 독일은 전반적으로 에너지를 수출하고 있다.
-독일에서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엔 시민들과 지역사회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독일에서 재생에너지가 늘었을 때를 보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한 독일 시민들과 풍력발전 산업에 종사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주어진 보조금과 관련이 있다. 최근 몇년 동안은 보조금이 없어서 주춤했지만, 시민을 참여하게 하는 본래의 길로 돌아가야 한다. 특히 여성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어떻게 보나.
=원전의 근본적 문제들이 SMR에도 그대로 남아있다. 우라늄 추출부터 방사성 폐기물까지 인간과 자연에 위협을 가한다. 우라늄 광산은 원주민들이 사는 곳에 있고 오염·건강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우라늄을 채굴·제분·농축하는 것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일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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