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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탈석탄 선언’ 만 했나…석탄 투자 규모 계속 증가

등록 2022-02-08 17:28수정 2022-02-08 19:08

2021년 한국 석탄금융 백서
2020년 이후 두번째 백서 발행
2020년 18개→100개로 늘었으나
누적 석탄금융 15조4천억원↑
지난해 12월31일 오전 영하의 기온 속에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한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31일 오전 영하의 기온 속에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한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하얀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확정하면서 ‘늦어도’ 2050년까지 석탄화력발전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들 중 100곳이 ‘탈석탄’을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누적된 석탄금융 지원 규모는 1년 사이 약 15조4천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은 ‘2021 한국 석탄금융 백서(한국 석탄 금융 1년의 변화와 나아갈 길)’를 8일 발간했다. 백서 작업은 국내 공적 금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 6월말까지 석탄화력발전과 관련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회사채, 보험지원 등의 현황을 전수조사 방식으로 분석했다. 2020년 10월에도 한국석탄금융백서를 펴낸 데 이어 두번째다.

탈석탄 선언 금융기관의 수는 100개 이상으로 늘었다. 2020년 6월말에는 18개였다.

반면 2009년부터 지난해 6월말까지 금융기관의 누적 석탄금융 지원 규모는 74조9천억원으로 늘었다. 이중 공적금융은 39조9천억원, 민간금융은 46조원이었다. 2020년 6월말 59조5천억원보다 15조4천억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공적금융 1~3위는 국민연금, 수출입은행, 무역보험이었다. 민간금융 1~3위는 삼성화재, 삼성생명, DB손해보험이었다.

백서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2040년 개발도상국 탈석탄·2030년 선진국 탈석탄 등 국제사회 요구에 비춰볼 때 이 시기를 지나서 만기일까지 계속 사업에 묶여있어야 하는 ‘위험한’ 주식이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채권은 1년 만에 18조1000억원이 늘었다. 2020년 6월말 67조원9천억원이었으나, 지난해 6월에는 86조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 자본 ‘위험’

지난해부터 2050년까지 국내 금융 기관이 석탄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인 ‘석탄자산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s)을 분석한 결과 누적 배출량이 10억4천만톤(이산화탄소환산)이었다. 2018년 기준 국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인 7억톤의 약 1.5배 정도이다.

‘석탄자산 금융배출량’은 금융기관이 금융활동을 통해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ㄱ 기업 총자산(자본금과 부채의 총합) 중 1/10을 대출 또는 투자했다면 ㄱ 기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양 1/10이 금융기관의 책임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국내 전체 석탄화력발전 온실가스 배출량과 비교할 때 금융기관의 투자로 발생되는 배출량 비율이 2021년보다 2030년에 두 배 가까이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석탄화력발전소의 역사를 보면 2010년대 이후 신규로 승인된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는 민간 자금이 많이 투자됐고, 같은 시기 해외 발전소에는 공적 자금의 투자가 활발했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이 속도를 내면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등 정책적·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 발전소는 30년으로 정해둔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을 다 채워 가동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가동한다고해도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자금의 ‘리스크’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연구원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때 허가가 난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 건설 과정에 자본시장을 통한 공적·민간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 그 전에는 국채발행 등 정부의 직접 예산이 더 많았던 것과 차이점이다. 문제는 이들 신규 발전소는 남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 수록 전체 발전소 중에 이들 발전소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소가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지불해야하는 각종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특히 자본시장을 통해 들어온 자금들의 위험도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백서 표지 갈무리
백서 표지 갈무리

“가만히 있으면…그린워싱 논란 자유롭지 않다”

백서에서는 현재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석탄발전이나 가스 관련 대출과 채권 자산의 만기가 2050년 이전인 것에도 주목했다. 2050년까지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기존 자산을 빠르게 회수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2050년 이전에는 자산이 자동소멸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국내 금융기관이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대출과 채권 자산의 선제적이고 적극적 철회 없이 만기 연장만 하지 않는 방식으로 탄소중립을 이룬다면 그린워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티핑포인트’인 2030년에 맞춰 적극적 기후행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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