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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가난하거나 어리거나…기후위기와 불평등은 얽혀 있다

등록 2022-02-20 11:59수정 2022-02-20 12:07

[조천호의 파란하늘]
지구 가열로 부국은 GDP 증가, 빈국은 감소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 미국 25% 유럽 29%
G20이 80% 배출, 피해 75%는 가난한 나라
“부국·부자 더 부담하는 공정 기반해야 극복”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후위기는 자연의 역습이다. 인간은 잘살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자연은 기후위기로 인간을 공격한다. 불평등은 사회의 역설이다. 빈곤을 줄이려고 경제 성장을 했는데 빈부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서로 깊게 얽혀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는 어떻게 불평등을 극복할 수 있는가와 함께 다루어야 할 문제다.

미국 스탠퍼드대 마셜 버크와 그 동료들이 2015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연평균 기온과 경제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생산성은 연평균 기온이 13도인 나라가 가장 크고 13도에서 멀어질수록 떨어진다. 기온이 너무 높거나 낮지 않아야 생산성이 높은 것이다. 지금까지 일어난 지구 가열로 추운 나라는 최적 기온 13도에 다가가면서 혜택을 받았고, 더운 나라는 최적 기온에서 멀어지면서 피해를 보았다. 가난한 나라는 대부분 더운 지역에 있어서 지구 가열에 더욱 더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특히 열대 가난한 나라는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에 의존하므로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놓이게 된다.

앞으로는 기후위기가 부유한 국가에서 적게 일어나리라 전망할 수 없다. 지금까지 연평균 기온이 약 13도인 우리나라, 미국, 중국과 일본은 지구 가열이 경제에 미친 영향을 작게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 이 나라들도 지구 가열로 최적 기온 13도에서 벗어나므로 생산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퍼드대 지구시스템과학과 노아 디펜바우와 경제학과 마셜 버크는ᅠ2019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에서 1961년에서 2010년까지 일어난 지구 가열이 국가 간 불평등을 증가시켰음을 밝혔다. 실제로는 지난 50년 동안 중국의 성장으로 부국과 빈국 사이의 경제 차가 줄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없었다면 이 차이가 더 줄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50년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인당 300톤을 넘는 부유한 19개 나라 가운데 14개국은 지구 가열로 인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평균 13% 증가했다. 고위도에 있는 추운 부자나라들은 따뜻해져 노동 생산성과 농업 수확량이 좋아진 것이다. 지구 가열로 노르웨이는 1인당 GDP가 무려 34%나 증가했다. 반면 누적 배출량이 1인당 10톤 미만인 가난한 18개국 모두는 GDP가 17~31% 줄어들었다. 인도는 GDP가 무려 31%나 더 떨어졌는데 이는 대공황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이의 GDP 격차는 지구 가열로 인해 약 25%나 더 벌어졌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그의 책 <대붕괴>에서 과거 문명은 자연 파괴와 불평등이 커져 붕괴했다고 분석했다. 불평등 사회에서는 지배계층의 탐욕으로 자원이 고갈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 하지만 자연 붕괴로 이익을 얻는 지배 계층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해 스스로 문명 붕괴를 가속한다는 것이다.

오늘날도 불평등은 문명을 붕괴시킬 기후위기에 강력한 공범자다. 불평등은 에너지 독점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옥스팜과 스톡홀름환경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계층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했다. 1990년에서 2015년 동안 부유한 10% 사람이 전 세계 배출량의 약 52%를 차지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1% 사람은 인구 50%의 가난한 사람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배출했다. 지난 25년 동안 배출량은 60% 증가했는데, 상위 1% 부유층이 인구 50%의 빈곤층보다 3배 더 컸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허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모든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부유한 사람들이 과소비를 증가시키고 부를 더 모으는 데 대부분 낭비된 것이다.

기후위기로 타격을 입었을 때 소득과 자산의 손실 비율이 가난한 사람이 부유한 사람보다 더 크다. 부유한 사람은 위험에서 피할 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위험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이 때문에 더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악순환, 출처=World Economic and Social Survey 2016
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악순환, 출처=World Economic and Social Survey 2016

기후위기는 각 계층에 끼치는 영향이 다를 뿐만 아니라 이에 대응하는 수단도 각 계층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경제 불평등에 의한 소득 부족과 정치 불평등에 의한 권리 부족은 가난한 사람이 연안이나 하천의 저지대, 또는 산비탈과 같은 자연 재난이 발생하기 쉬운 곳에 살도록 내버려 둔다. 연령과 성별도 기후위험의 취약성을 결정한다. 어린이와 노인은 혹독한 날씨에 더욱 더 고통을 받는다. 가난한 나라 여성 대부분은 집 밖에서 연료와 물을 구해야 하므로 기후 위험에 더 노출되고 노동이 더 힘겹다. 빈곤층은 기후 피해를 극복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지원을 받는 데도 불리하다. 부유한 사람은 손실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구매할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러한 대비책이 없어 피해가 더 크다.

유엔 빈곤·인권 담당관 필립 알스턴이 2019년 유엔인권협의회(HRC)에 제출한 ‘기후변화와 빈곤’에 관한 보고서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사람과 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사람 사이에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과거 남아공에서 합법적으로 제도화된 인종차별과 분리정책을 말한다. ᅠ

기후위기는 세대 간에도 불평등한 영향을 미친다. 기후위험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금 어린 세대는 기성세대처럼 사치스러운 이산화탄소 배출을 누릴 수 없다. 허용 가능한 배출량이 이미 대부분 소진되었기 때문이다. 영국 기후단체 카본브리프 분석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하로 막으려면 어린이와 청소년(1997~2012년생)은 그들의 조부모(1946~1964년생)가 쓰고 누리기 위해 배출한 양에 비해 단지 6분의 1 정도만을 배출할 수 있을 뿐이다.

온실가스는 배출 후 바로 사라지지 않고 수백 년 동안 대기 중에 누적된다. 미래세대는 자기들이 배출하지 않은 온실가스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벨기에 공공대학이 주도한 ‘극한 기후 노출로 인한 세대 간 불평등’에 관한 연구가 지난해 <사이언스>에 실렸다. 2021년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60년 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평균적으로 7배나 더 많은 폭염, 2배 더 많은 산불, 거의 3배나 많은 가뭄, 홍수, 기근이 일어나는 지구에서 살 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당장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기후위기로 모진 시련을 겪어야 한다. 마지막에는 이것도 한계에 부딪혀 파국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미래 세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현재 의사결정자의 무책임이 미래 위험을 발생시키는데도 말이다.

기후위기가 인간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은 우리가 이 문제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누가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하는가? 전 지구적인 문제 해결에는 전 세계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모두에게 고르게 있다는 것은 아니다.

기후위기는 언제 어디서 누가 온실가스를 배출했는지에 상관없이 그 피해가 전혀 다른 계층, 지역, 세대에게 닥칠 수 있다. 원인 유발자와 그 결과를 당해야만 하는 사후 처리자가 같지 않다. 그러므로 배출 책임을 ‘인류 책임’이라고 뭉뚱그리면 공정하지 못하다.

201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한다면, 중국이 30.3% 그 뒤를 이어 미국이 13.4% 그리고 우리나라가 8위로 1.7%를 배출했다. 상위 10개국이 전체 배출량의 68%를 차지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한 나라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런데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산업 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미국이 25%,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국가들이 29%, 일본이 4% 그리고 중국이 13%를 차지한다. 누적 효과를 고려하면 부유한 나라가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엔 기후변화협약은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따라 이루어진다.

배출 책임은 나라뿐만이 아니라 계층에 따라서도 다르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케빈 안데르손 교수는 독립언론 <데모크라시나우> 인터뷰에서 과잉 배출하는 부유한 사람에게 온실가스 저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상위 10% 부유한 사람이 유럽 사람의 평균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나머지 사람 90%가 전혀 줄이지 않아도 전 세계 배출량의 3분의 1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전 세계 대다수 사람이 기후 대응을 하지 않아도 저탄소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한 평등이 부당한 것처럼 한없는 불평등도 부당하다. 불평등의 폭에 적정 한도를 설정해야만 한다. 스톡홀름탄성력센터는 2018년에 ‘지구 위험한계 안에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란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서 전 세계 가장 부유한 10%의 사람이 인류 전체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을 컴퓨터 모형으로 산출했다. 불평등을 줄여야만 지구에 대한 착취를 줄여 다음 세대가 지속가능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온실가스의 80%는 우리나라가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이 배출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 전체 기후 피해의 약 75%가 발생한다. 가난한 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서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기후 위험에 더 노출되어 더 큰 고통을 당한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부유한 나라와 사람은 가난한 나라와 사람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위계적 배려 차원이 아니라 부유한 나라와 사람들이 더 책임지는 공정함에 기반해야 한다.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부스러기를 줍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식탁에 앉자 빵을 나누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유일한 행성인 지구를 공유한다. 하지만 인류는 더 많이 생산하는 데는 천재적 재능을 보여왔으나, 더 많이 나누는 데는 무능의 극치를 드러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지구에서 불평등은 소수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우리 모두의 장기적 이익을 파괴한다. 그로 인하여 온실가스 농도는 이 세상 모든 곳에서 평등하게 증가해도, 그 피해 대부분은 불평등하게 가난한 곳과 다음 세대에서 일어난다. 곧 기후위기는 ‘가진 자’들이 일으킨 위험이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기후위기는 불평등으로 인해 서로 돌보지 않고 아끼지 않고 나누지 않아 일어난다. 우리가 이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지 않는다면, 기후위기가 이 세상을 파국적으로 바꿀 것이다. 우리의 정의로운 투쟁 위에서만 우리의 지속가능한 세상을 열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투쟁하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다. 하지만 망설이기에는 너무 늦었다.

참고문헌

Alston, Philip; 2019: Climate change and poverty : report of the Special Rapporteur on Extreme Poverty and Human Rights, UN. Human Rights Council.

Burke M, Hsiang SM, Miguel E, 2015: Global non-linear effect of temperature on economic production. Nature 527:235–239.

Carbon Brief, 2019: Why children must emit eight times less CO2 than their grandparents

Democracynow, 2018: Climate Scientist: World’s Richest Must Radically Change Lifestyles to Prevent Global Catastrophe

Noah S. Diffenbaugh and Marshall Burke, 2019: Global warming has increased global economic inequality, PNAS,116 (20) 9808-9813

Oxfam, Stockholm Environment Institute, 2020: Confronting Carbon Inequality

UN/DESA, 2016: World Economic and Social Survey 2016: Climate Change Resilience: An Opportunity for Reducing Inequalities

Jorgen Randers, Johan Rockström, Per Espen Stoknes, Ulrich Golüke, David Collste and Sarah Cornell, 2018: Transformation is feasible, How to achieve the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within Planetary Boundaries, Stockholm Resilience Centre

Wim Thiery et al. 2021: Intergenerational inequities in exposure to climate extremes, SCIENCE , Vol 374, Issue 6564 • pp. 158-160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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