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남 합천군 율곡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마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대원들이 낙엽을 긁어내고 나무 잔가지를 정리하는 등 방화선을 설치하고 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제공
올해 들어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 건수가 최근 10년 평균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은 적은 강수량과 건조한 날씨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잦은 산불의 원인을 한두가지로 특정하기엔 이르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산림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을 부추기는 특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2일 산림청 설명을 보면, 지난 1월1일부터 지난 1일 밤 12시까지 두 달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228건으로, 발생 면적은 608.5ha(헥타르)다. 축구장 950개 정도의 면적에서 불이 난 것으로, 최근 10년 평균 발생 건수의 2.5배에 달한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10년 동안 같은 기간 발생한 산불은 평균 92건, 발생 면적은 평균 135.64ha다. 게다가 현재까지 산림청이 집계한 산불 통계에는 여의도(270만㎡) 면적의 2배가 넘는 숲을 태운 합천·고령 산불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 지역의 피해 상황이 특정되면 올해 산불 발생 면적은 최근 10년 평균을 더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청 등은 올 겨울 적은 강수량으로 인해 특히 건조해진 겨울 날씨를 잦은 산불의 배경으로 지적한다. 기상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1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의 강수량은 13.3㎜다. 이는 평년 강수량인 89.0㎜의 14.7%에 그친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강하게 줬다”며 “고기압 영향을 받는 시간이 길다 보니 눈·비가 오는 지속 시간이나 강도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가물었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들이 바싹 말라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최근 미국, 호주 등에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오랜 기간 지속되며 산림과 동식물, 생활터전을 집어삼킨 바 있다. 지난 2019년 9월 발생한 호주에서 시작된 산불은 해를 넘기며 약 6개월 간 이어지며 남한 면적보다 더 넓은 땅을 태웠다. 지난해 4월 영국 요크셔지방 서쪽의 마스덴 무어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5㎢가 황무지로 변했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고온과 함께 8686㎢에 이르는 면적을 태운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가 산불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상황을 기후변화와 바로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면서도 기후변화가 산불에 미치는 영향은 존재한다고 말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인 이명인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기후가 더워져 눈 대신 비가 내리면, 수분이 바로 강물로 빠져나가면서 토양이 메마르는 효과가 커진다. 또 더운 기후에서는 토양에 있는 수분을 더 잘 증발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불 자체는 자연 발화나 낙뢰, 인간에 의해 시작될 수 있지만, 이렇게 시작된 불이 건조한 토양과 만나면서 규모가 큰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한국 날씨는 자연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올해 산불만을 두고 기후변화의 영향이라고 특정하긴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최근 호주 등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언급하면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토양에서 수증기 증발이 많아지고 불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나무가 타면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이산화탄소가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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