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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주택마다 ‘음쓰 분쇄기’ 공약 실현되면…“하수처리장 오염 뻔해”

등록 2022-03-11 17:19수정 2022-03-11 17:33

윤석열 당선자 ‘자원순환 공약’ 우려 목소리
마트 박스포장도 부활…“폐기물 감축 못해”
지난 2020년 7월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녹색연합, 녹색미래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포장 제품의 재포장 금지 제도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7월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 앞에서 녹색연합, 녹색미래 등 환경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포장 제품의 재포장 금지 제도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마트 자율포장대 복원과 음식물쓰레기 분쇄기 설치와 같은 자원순환 공약을 제시했다. 새 정부의 환경 정책에 이러한 공약이 얼마나 반영될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폐기물 감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상이라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자는 지난 1월18일 ‘석열씨의 13번째 심쿵 약속’으로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를 복원하고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20년 1월1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자율적 협약을 맺고 종이박스 자율포장대에서 테이프와 노끈을 퇴출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장바구니 사용을 유도해 포장 폐기물 발생을 줄인다는 취지다. 다만 소비자 불편을 고려해 종이박스는 계속 제공해왔다. 여기서 종이 노끈과 종이테이프를 비치하는 방식으로 협약을 포장해 자율포장대를 부활시킨다는 게 윤 당선자의 공약이었다.

환경단체들은 새 정부에서 대형마트 내 자율포장 문화가 다시 활성화되면 과도한 폐기물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 활동가는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장바구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기존 협약을 고쳐 새로운 포장 폐기물을 만들어낸다면 이는 퇴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지 플라스틱을 종이로 대체하는 것이 다 친환경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월25일 논평에서도 “무조건적인 플라스틱 제품의 종이화는 오히려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며 “종이봉투 공정과 운반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비닐봉지보다 5배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음식물쓰레기 분쇄기 설치 공약의 실현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윤 당선자는 지난 1월31일 신축 주택 싱크대에 음식물쓰레기 분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가정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갈아서 버리고 주택 지하에 설치된 공동 수거함에 분쇄된 음식물쓰레기를 한 차례 모았다가 재차 분리수거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모인 음식물쓰레기를 도시가스로 활용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공약은 배관 막힘과 하수처리장 오염 부하를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각 가정에서 따로 모아 버리지 않고 분쇄해 내려 보내면 주민은 편리하지만, 아파트 배관 막힘과 하수처리장 오염 같은 환경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 “연구·시험·수출의 특정 목적 외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하수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민 편의만이 아닌 환경에 미칠 영향과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정책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대표는 “음식물쓰레기 분쇄기 공약은 실현되면 하수 찌꺼기가 발생하고 찌꺼기 처리비도 부담해야 한다. 공약이 현실이 되었을 때 발생할 환경 피해와 비용, 실현 가능성 등을 세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탈 플라스틱과 일회용품 줄이기라는 정책 목표를 지속성 있게 지속성 있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탈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 줄이기처럼 자원순환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미 설정됐다”며 “이 방향에 맞춰 속도감 있고 구체적인 정책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선출된 지 하루 만에 산업계에서 재포장 금지 같은 규제를 완화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후에 등장할 수많은 규제완화 요구 속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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