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무효확인 집단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경북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이 24일 월성원전 앞 바닷가에서 원자력 발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제공
원자력발전소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관할 지자체와 주민들이 24일 정부가 지난해 수립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고준위 계획)이 무효라며 집단소송에 나섰다.
강원도 삼척시와 전국 원전의 최대 반경 30㎞ 안에 사는 주민 등 1166명은 이날 제2차 고준위 계획 중 “원전사업자가 중간저장시설 운영 시까지 각 원전 부지별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설치, 운영한다”는 부분에 대한 무효확인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모든 원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설치해 무기한 운영하도록 허용하면서 주민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집단소송에는 지방자치단체도 참여했다. 삼척시는 관내에 원전은 없으나 인근 경북 울진에 인접한 일부 지역이 한울 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 포함돼 있다.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원전에서 중대사고가 났을 때 직접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최대 반경 30㎞ 지역을 말한다.
고준위 계획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년마다 수립해 원자력진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서 심의·의결하는 행정계획으로, 원자력진흥위가 2차 고준위 계획을 의결한 지난 12월 이미 논란은 야기됐다.
원전 지역 주민과 탈핵단체들은 중간저장시설이 지어질 때까지 원전사업자가 기존 원전 부지별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을 두고 “사실상 모든 원전 부지에 사용후핵연료를 무기한 저장할 수 있게 허용한 것”이라며 반발한다. 중간저장시설이 언제 건설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박근혜 정부 때 수립한 제1차 고준위 계획도 중간저장시설 건설 계획을 담고 있지만 진척되지 못하고 경주 월성원전 부지에 맥스터로 불리는 임시저장시설만 지어졌을 뿐이다.
이후 현재까지 영구처분장은 물론 영구처분장이 마련될 때까지 관리하는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절차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지자체와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서 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설치되면 사실상 영구 저장시설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단 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확보된 뒤에는 어느 정부도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해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정치적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원고 대리인인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변호사는 “2차 고준위 계획에 따라 전국 원전 부지에 건설될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향후 최소한 수십 년 간 실질적으로 중간저장시설의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시설이어서 중간저장시설에 적용되는 규정들이 유추 적용돼야 하는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작성과 주민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방적으로 부지를 결정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어떤 부지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부지로 적합한지 심사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는 산업부가 중간저장시설과 같은 정도의 부지 적합성과 안전성을 갖추어야 할 시설의 부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원전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안전을 희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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