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2호기 전경. 1호기는 이미 설계수명을 다해 영구 정지된 상태이고, 2호기는 내년 4월8일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내년 4월8일 수명이 만료되는 고리원전 2호기를 계속 운전하기 위한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탈원전 정책 폐기 공약에 따라 현 정부가 금지하기로 한 가동원전의 수명연장을 공식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윤 당선자는 대선공약 자료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계속 운전을 허용한다. 계속 운전 등을 통해 기저전원으로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5일 원안위 관계자는 “한수원이 4일 고리 2호기 수명을 연장하는 데 필요한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를 공문으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곧 절차에 따라 심사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기적안전성평가(PSR) 보고서는 원전사업자가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종합평가해 원안위에 제출하는 보고서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이 보고서를 원전 운영허가일 기준으로 10년 주기로 제출하되, 수명을 연장하려고 할 때는 일반적 안전성 평가에 △계속 운전 기간을 고려한 주요 기기에 대한 수명평가 △운영허가 이후 변화된 방사선환경영향평가까지 추가해 수명만료일 2년 전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4월 이 규정에 따른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원안위에 1년간 시한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현 정부가 가동원전의 수명연장을 금지하기로 했음에도 상황 변화에 따라 수명연장을 추진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한수원의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 추진은 ‘계속 운전 경제성 평가 지침’에 따른 경제성 평가를 바탕으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 평가 지침은 감사원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을 감사한 뒤 정부와 한수원에 요청해 지난해 마련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판단을 받아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원안위에 제출한 주기적안전성평가 보고서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적합성을 검토해 원안위에 다시 보고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안전성 확보를 위한 설비 개선 등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서둘러도 고리 2호의 수명이 만료되는 내년 4월8일까지 수명연장이 승인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수명연장을 위한 안전성평가보고서를 평가하는데 고리 1호기의 경우 13개월, 월성1호기는 20개월 이상 걸렸다”며 “철저하게 확인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장 최근 수명연장이 이뤄진 월성 1호기를 보면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12월 수명연장을 신청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2월 연장 승인까지 약 5년2개월이 걸렸다. 결국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이 이뤄지더라도 월성 1호기처럼 일단 수명 만료로 수년간 세웠다가 재가동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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