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이용과 기후변화의 상호작용으로 고강도 농업과 기후 온난화가 겹치는 지역에서 곤충 개체 수가 49%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제공
올해 봄 우리나라에서
꿀벌 수십억 마리가 실종된 원인으로 이상 기상현상이 가장 주요하게 꼽히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사라진 건 꿀벌만이 아니다. 영국 연구진은 전 지구에서 토지이용과 기후변화의 상승작용이 일어난 지역에서 곤충 개체 수가 절반 가까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20일(현지시각) “전세계를 대상으로 곤충 개체 및 종 수의 변화를 추적해보니, 고강도 농업과 기후변화의 상호작용이 작동한 지역에서 곤충 개체 수는 49%, 종 수는 2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이날치에 실렸다.(DOI :
10.1038/s41586-022-04644-x)
연구팀은 “기온 상승과 토지이용 변화 사이의 상호작용이 전 세계 수많은 곤충 군집에서 광범위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연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역 농업이 얼마나 집약적인지와 해당 지역이 역사적 기후 온난화를 얼마나 경험했는지에 따라 다양한 지역의 곤충 생물다양성을 비교했다.
우선 영국 자연사박물관이 운용하는 ‘변화하는 지구의 생태 다양성 반응 예측’(
PREDICTS) 데이터를 이용했다. 데이터는 1992~2012년 20년 동안의 자료로, 딱정벌레 6037종, 벌목류 4528종, 나비·나방 3874종, 파리 1477종, 반시류(노린재류) 1302종, 메뚜기·귀뚜라미 237종, 잠자리 95종과 다른 목 339종을 포함해 1만7889종에 대한 75만6879건의 기록이 포함돼 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종 풍부도와 개체 풍부도에 대한 사이트별 추정치를 얻었다. 이들 데이터는 264개의 출판된 연구 논문과 툰드라를 제외한 전 지구 6095곳에서 표본 채집된 자료에서 추출됐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 농가에서 농민이 비어 있는 벌통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연구팀은 또 지역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1차 식생은 훼손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산림과 비산림 자생 초목으로 구성된 자연서식지를, 2차 식생은 훼손됐지만 현재 회복 중인 1차 식생 지역, 저강도 농업은 농약과 살충제가 많이 투입되지 않고 단일 재배(단작)가 아닌 농업지대, 고강도 농업은 목초지와 플랜테이션을 포함해 농약과 살충제 투입이 많은 농업지대(살충제 투입이 불확실해도 단일 재배 지역이면 고강도에 포함)를 가리킨다.
곤충 생물다양성은 토지이용 영향만으로도 크게 감소했다. 화학물질 투입, 낮은 작물 다양성, 대규모 경작지, 기계화 또는 가축 고밀도 사육 등을 특징으로 하는 고강도 농업에서 곤충 개체와 종 풍부도는 1차 식생에 비해 각각 45%와 33% 감소했다. 저강도 농업에서는 19%와 22%가 감소했다.
연구팀은 또 토지이용에 기후변화가 상승 상호작용했을 때는 생물다양성 손실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고강도 농업과 상당한 기후 온난화를 겪은 지역에서 곤충 개체 수는, 기후 온난화를 겪지 않고 대부분이 1차 식생인 지역에 비해 49% 적었다. 또 종 수는 그보다 29%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열대지방은 토지 사용과 기후변화와 관련한 곤충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가장 컸다.
많은 곤충들은 뜨거운 계절에 초목의 그늘에 의존해 생존한다. 자연서식지의 상실은 온난한 기후에 이들을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연구팀은 저강도 농업과 기후 온난화를 겪은 지역에서 주변의 자연서식지가 곤충 손실의 완충 구실을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토지의 75%가 자연서식지(1·2차 식생)로 덮인 곳에서 곤충 개체 수는 7%밖에 감소하지 않은 반면 자연서식지가 25%만 덮인 곳에서는 63%가 감소했다.
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찰리 오스웨이트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원은 “연구 결과는 자연서식지를 보존하고 고강도 농업의 확장을 늦추며,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배출량을 감축하는 행동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곤충 수가 줄어들면 곤충들이 종종 지역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자연환경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수분매개체의 상실로 인간의 건강과 식량 안보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영향이 긴 역사를 지닌 지역에서는 인간의 영향에 의한 곤충 수의 감소가 이번 연구 결과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분석대상 기간 이전에 생물다양성 손실이 일어났을 것이고 이번 연구에서 오염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은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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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