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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을 코앞에 두고 결국 유예됐다. 환경부는 다음달 10일 실시 예정이던 이 제도를 12월1일로 6개월 미룬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18일 “(제도 시행으로) 소상공인과 영세 프랜차이즈 대표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경부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유예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를 일회용컵에 주문하려면 음료값에 ‘자원순환보증금’ 300원을 더 내고, 빈 컵을 반납하면 이 돈을 돌려받는 제도다. 가맹점 수가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카페나 패스트푸드점, 제과점 등 총 79개 사업자 105개 브랜드, 전국 3만8천여곳에서 시행된다.
그런데 제도 시행 시점을 불과 3주 앞두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컵 옆면에 보증금 반환을 위한 바코드 라벨을 붙여야 한다. 라벨 스티커는 개당 6.99원이다. 여기에 더해 투명한 표준 일회용컵은 4원, 상표 등이 입혀진 비표준 용기는 10원의 수거처리비를 내야 한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음료 한잔을 팔 때 약 11~17원의 비용이 더 들게 되는 것이다. 또 소비자는 음료값을 카드로 결제하고 컵을 반납할 때 300원을 돌려받지만, 이 300원에 대한 카드 수수료는 소상공인들이 떠안게 된다. 또 컵 반납은 보증금 대상 업체 어느 곳에나 해도 되는데 영세 가맹점으로서는 컵을 쌓아놓을 공간 부족과 여름철 냄새 문제를 우려한다. 이 밖에도 컵은 소비자가 씻어서 반납하는 게 원칙이지만 세척이 안 된 채 반납되는 컵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척 인건비가 추가될 것이라고 소상공인들은 토로한다.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된 건 2002년이다. 환경부와 식음료업체의 ‘자발적 협약’에 따른 것이었다. 컵 회수율은 2003년 18%대에서 2007년 37%대까지 늘었지만, 환경부의 목표였던 50%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다 제도 시행 효과성 미흡, 미반환 보증금 관리의 투명성 논란, 법에 근거하지 않은 국민 편익 침해 비판 등으로 인해 결국 2008년에 폐지됐다. 그러나 이후 일회용컵 사용량이 급증해 환경오염 문제가 몹시 심각해졌다. 이에 국회는 2020년 5월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때 제도 시행 준비를 위해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2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폐기물 발생 억제와 자원순환을 위해 시급히 시행해야 할 환경 정책을 후퇴시켰다. 이뿐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달 1일에도 카페·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 재시행을 앞두고서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시행 유예 목소리가 나오자 코로나19 유행이 끝날 때까지 단속을 미루고 과태료를 매기지 않기로 한 일도 있다. 이러다 환경부는 정치권에서 주장하면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는 일도 쉽게 미루는 ‘유예 부처’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과 관련해 프랜차이즈 본사도 제도 시행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부담을 약자인 가맹점에만 떠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본사의 책임있는 역할도 확대돼야 한다.
김규남 기후변화팀 기자 3strings@hani.co.kr
지난 6일 서울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공개 시연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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