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스케일사가 개발해 2029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밝힌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원자력계는 SMR이 대형 원전보다 안전하고 경제성이 높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SMR이 사용후핵연료를 비롯한 방사성 폐기물을 더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스케일 제공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 사업이 지난 31일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본격 진행될 수 있게 됐다. 이 개발사업에는 내년부터 2028년까지 3992억원이 투입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과 원전해체 경쟁력강화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소형모듈원자로는 모듈 형식(주요 기기를 규격화된 부품처럼 생산해 조립)으로 제작되는 전기출력 300㎿ 미만의 작은 원자로를 의미한다.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은 내년부터 2028년까지 총 3992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세계 SMR 시장 진출 겨낭한 출력 170㎿의 원자로 노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170㎿는 가장 최근에 지어진 신한울 1호기 출력(1400㎿)의 8분의1 규모다. 4기를 하나로 묶으면 600㎿급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인 지난해 11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데다 원전 최강국 건설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까지 출범해 무난히 예타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예타총괄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표준설계인가를 우선 진행하고 제조기술 관련 개발은 별도 추진하는 것으로 정리되면서 사업비는 처음 신청된 5832억원에서 1840억원이 줄어든 3992억원으로 조정됐다. 이 가운데 2747억원은 국비로, 1245억원은 민자로 조달될 예정이다.
대형원전과 혁신형SMR 개념도.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원자력계는 SMR이 모듈 형식으로 공장에서 제작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시공되면서 공기 단축이 가능해 경제성이 높을 뿐 아니라 전력 공급이 필요없는 자연냉각 기능 등을 채택해 안전성도 높을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나라가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의 근본적 한계로 지목되는 사용후핵폐기물 문제까지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특히 최근에는 소형원자로가 기존 대형원자로보다 사용후핵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을 더 많이 생성한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이런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진은 지난 30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에스엠아르가 기존 상용 원자로에 비해 사용후핵연료를 단위 에너지당 최대 5.5배 더 발생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함께 예타를 통과한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사업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 총 3482억원을 투입해, 현재 영구정지 중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해체를 위한 현장 적용 및 실·검증 기술개발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과기정통부와 산업부는 “혁신형 SMR이 타 노형과 차별화된 ‘비욘드 SMR’이 될 수 있도록 올해 하반기부터 긴밀한 협업을 통해 사업 기본계획 구체화, 사업예산 확보, 사업단 설립·구성 등을 면밀히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