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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바이오매스=신재생에너지’ 허술한 기준에…지구숲 망가질수도

등록 2022-06-02 05:00수정 2022-06-02 16:11

유럽의회, 발전용으로 ‘건강한 원목’ 벌채 금지 추진
“국내 발전용 목재 수입의존 90%…벌목규율이 관건”
환경단체가 지난해 7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후위기 악화시키는 바이오매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활동가가 국내 숲에서 벌목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가 지난해 7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후위기 악화시키는 바이오매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활동가가 국내 숲에서 벌목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 앞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나무는 탄소 저장소다.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잡아두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나무를 베어 태우면 잡아뒀던 탄소가 대기로 방출되지만, 그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으면 탄소를 그만큼 흡수할 수 있다. 산림 바이오매스가 재생에너지로 구분돼 사용되는 이유다. 나무를 목재 펠릿, 나무칩(우드칩) 등의 ‘목재 연료’로 가공해, 이를 석탄에 섞어 태워 전기를 생산하거나(혼소발전), 바이오매스 전용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방식(전소발전)으로 바이오매스는 이용된다.

그러나 유럽의회 환경·보건·식량안전위원회는 산림 바이오매스의 무분별한 사용을 제한하라는 내용의 재생에너지지침(RED Ⅱ) 개정 권고안을 5월17일 채택했다. 바이오매스는 숲에서 나오는 목재와 목재 부산물, 폐목재 등을 말하는데, 이 위원회는 숲에서 직접 벌목한 건강한 원목을 ‘1차 바이오매스’로 정의했다. 산림 바이오매스를 재생에너지로 본 원래 취지는 따로 있었다. 가구나 건축재 등으로 쓸 수 있는 목재(1차 바이오매스)가 아닌, 상품성이 떨어지는 목재나 폐목재 그리고 간벌(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해 불필요한 나무를 베어냄)할 때 나오는 잔가지를 발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이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건강한 원목도 바이오매스로 활용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환경단체는 바이오매스의 무분별한 사용이 숲 훼손은 물론 풍력과 태양열 사용이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건강한 원목은 발전용 사용하면 안돼”

환경·보건·식량안전위원회는 이번 권고안을 통해 유럽연합 회원국의 재생에너지 목표에서 1차 바이오매스를 제외하고, 바이오매스 이용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발전용 바이오매스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가구와 건축재 등 긴 수명의 제품으로 사용할 수 없는 목재다. 이번 권고안은 9월 유럽연합 재생에너지지침에 담겨 본회의에 상정될 계획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를 두고 “추가적인 논의와 업계의 로비 등이 남아 있어 긴 과정의 첫발을 뗀 것”이라고 보도했다.

발전용 연료가 되는 목재 펠릿. 석탄발전소에서 석탄과 섞여 사용되거나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주 연료로 사용된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발전용 연료가 되는 목재 펠릿. 석탄발전소에서 석탄과 섞여 사용되거나 바이오매스 발전소의 주 연료로 사용된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국내 바이오매스 발전량은 지난 10여년 동안 급격하게 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발전사업자에게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한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가 시행되면서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김자현 연구원은 “발전사업자가 태양열·풍력 발전에 투자하거나 구매하는 대신 손쉬운 바이오매스 발전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비율을 맞춰왔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바이오매스 발전소가 많아졌고, 바이오에너지의 보급용량(2019년 기준)은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16.0%로, 태양광(59.9%)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풍력보다 보급용량 많은 바이오매스 발전

산림청은 국내에서 발전용으로 사용되는 바이오매스는 ‘미이용 바이오매스’이기 때문에 유럽연합의 ‘1차 바이오매스’ 제외 방침을 이미 도입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2018년 제정된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의 이용·보급 촉진에 관한 규정’을 보면, 미이용 바이오매스는 △수확 수종 갱신 및 산지 개발을 위한 벌채 △숲 가꾸기를 위한 벌채 △병해충 제거 △가로수 가지치기 △산불 피해 때 나오는 나무 등 다섯가지로 규정됐다. 이수민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은 “1차 바이오매스의 발전용 제한 방침은 한국에서 이미 시작했다. 유럽의 이번 논의도 한국과 비슷한 체계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바이오매스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목재 펠릿 수입 의존율은 89.8%로, 대다수가 베트남에서 아까시나무를 가공해 들여오는 것들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수출국(베트남)에 잡히고, 우리로선 목재 펠릿이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김자현 연구원은 “한국도 불법 벌채 목재를 수입하지 않기 위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적발한 사례가 극히 드물어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는지 의심스럽다”며 “국내 벌목 현장 또한 온전한 나무를 베어 활용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정부 주도의 구체적인 조사를 토대로 미이용 바이오매스만 이용하도록 하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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