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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새하얀 알프스는 옛말로…온난화로 점점 푸르게 멍든다

등록 2022-06-05 14:49수정 2022-06-05 21:48

스위스연구팀 1984∼2021년 위성영상 분석
전체 산악 77%에서 식생면적 확대 관측돼
적설지대 감소지역 10%지만 “영향 심각”
산악 지역 지구온난화 속도, 세계 평균의 2배
기후변화로 식생 면적이 늘어나 알프스가 점점 더 푸르러지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 플라텐호른봉 전경. 바젤대 제공
기후변화로 식생 면적이 늘어나 알프스가 점점 더 푸르러지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 플라텐호른봉 전경. 바젤대 제공

몽블랑과 마테호른 등 눈 덮인 봉우리로 상징되는 알프스가 기후변화로 더욱 푸르게 변해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스위스 로잔대와 바젤대 등 공동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1984년부터 2021년까지 고해상도 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알프스 전지역의 77% 이상에서 초목 면적이 증가하는 ‘녹화’ 현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DOI : 10.1126/science.abn6697)

산악지대는 북극처럼 지구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다. 기후변화에 따라 적설 면적은 줄어들고 식생 면적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적설 면적 감소는 우주에서도 관찰돼 알프스 기후변화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더 큰 규모의 변화는 식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스위스 피샤호른에서 고리호른봉을 바라본 전경. ‘달 모양 산악 데이지’(Alpine Moon Daisy)와 벼과 식물(Oreochloa disticha)이 자라고 있다. 바젤대 제공
스위스 피샤호른에서 고리호른봉을 바라본 전경. ‘달 모양 산악 데이지’(Alpine Moon Daisy)와 벼과 식물(Oreochloa disticha)이 자라고 있다. 바젤대 제공

논문 제1저자인 사빈 룸프 바젤대 교수는 “식물이 새로운 지역을 점령하고 식생의 밀도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수목의 키가 커지면서 알프스는 점점 더 푸르러지고 있다”고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앞선 연구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에 따른 알프스 생물다양성과 수목종 분포의 변화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아직까지 알프스에서 식생의 생산성 변화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경우는 없었다. 또 위성 영상에 대한 선행 분석에서도 해상도가 충분하지 않고 관측 기간이 짧아 식생 면적의 대규모 변화가 판별되지 못했다.

연구팀이 인공위성으로 1984년부터 2021년까지 40년 가까이 관측한 영상을 분석해보니, 해발 1700m 안팎의 수목한계선(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경계선) 위쪽 알프스의 77%가 녹화(생산성 증가)를 경험한 반면 반대로 갈색화(생산성 손실)을 겪은 곳은 1%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식물 생산성 증가의 주요 원인이 강수량 변화와 기온 상승에 따른 식생 기간 연장이라고 밝혔다.

룸프 교수는 “알프스 수목은 가혹한 환경에 잘 적응하지만 경쟁은 치열하지 않다. 환경 조건이 변함에 따라 이들 특수 종은 이점을 잃고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알프스의 독특한 생물다양성은 지금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식생과 달리 수목한계선 상단의 적설 면적 범위는 1984년 이래 전체의 약 10% 지역에서만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식생과 견줘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우려스러운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레고아르 마리에토 로잔대 교수는 “몇년 동안 지상 관측을 통해 낮은 고도에서 적설 깊이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위성 영상 자료로는 특정 지역에 눈이 덮였는지를 판별할 수 있지만, 눈 깊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알프스가 ‘흰색’에서 ‘녹색’으로 변해가는 악순환에 들어서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녹화된 산악지대는 태양을 덜 반사함으로써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그 결과 반사를 일으키는 적설 면적이 더욱 축소된다. 온난화는 또 빙하의 추가 용해와 영구 동토층의 해동을 유발해 더 많은 산사태, 낙석 등의 현상을 일으킬 수 있고, 식수공급과 관광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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