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열린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기후정의동맹 관계자들이 핵발전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탈원전 기조를 강조한 가운데 최근의 세계적 에너지 공급 위기를 반영해 에너지 절약과 수요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공청회는 산업부가 에너지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국민을 상대로 ‘주요 에너지정책 방향 변화에 대한 의견 청취’를 목적으로 개최했다.
산업부는 이날 원자력 이용 확대와 탄소중립 이행방안 조정 등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앞서 발표한 5대 에너지정책 방향과 국정과제에 포함된 에너지 정책 방향을 소개한 뒤 “새 정부 국정과제를 근간으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과 제안을 수렴해 정책 방향을 확정하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발제에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최근의 에너지 안보 위기를 언급하며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수요 관리 기능 회복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만약 전기요금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수요의 비탄력성으로 인해 이번 여름이 덥거나 혹은 겨울에 엄청나게 추워졌을 때 공급 안정성에 상당 부분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 수요를 조절하는 가격신호로 기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영환 홍익대 교수도 “우리가 산업과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게 에너지 절약과 효율 향상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기요금의 원가가 충분히 반영이 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되고, 이런 시장 경제의 복원 없이는 에너지 공급 체계를 효과적으로 가지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임재규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수요 절감의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임 위원은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경제적 수단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효율 향상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된다”며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이 첫 번째 핵심 정책으로서 내세워야 될 것이 바로 수요 관리와 효율 향상”이라고 주장했다. 임 위원은 “에너지 소비가 합리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가격과 시장이 작동을 해야 된다”며 “새 정부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가격 시그널이 시장 원리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에너지 수요 관리와 효율 향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보탰다. 산업계 대표 패널로 참석한 대한상공회의소 김녹영 탄소중립센터장은 “요새 비싼 LNG(액화천연가스)로 발전을 해서 SMP(전력도매가격)가 많이 오르는 상황인데, 여기서 조금만 국민들이 다 같이 에너지 수요 절약을 한다면 가격을 낮추는 데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일단 국민들한테 홍보 활동을 통해 지금이 상당히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는 걸 인식시켜 에너지를 절약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산업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조기 재개 등으로 원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기존 정책 방향을 재확인한 것에 대해서 환경단체들은 강력 비판했다.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새 정부가 원전 확대를 통해서 석탄 발전을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원전을 확대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하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이 이번 정책 방향의 핵심”이라며 “탄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재생에너지 목표를 점차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국가들은 있어도 재생에너지 목표를 하향 조정하겠다는 나라는 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기후정의동맹) 활동가들은 이날 공청회장에서 ‘핵발전은 대안이 아니다’ ‘공공 재생에너지로 기후정의 실현하라' 등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여 공청회가 예정보다 5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한편,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석탄을넘어서 등도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화석연료 가격이 나날이 상승하는 현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핵위험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선 “원전은 처치 곤란의 핵폐기물을 대량 발생시키는 명백한 반환경적 오염원이며 여전히 한 해에도 수십 건의 사고가 일어나는 위험한 에너지원”이라며 “이런 원전을 신규 건설하거나, 폐쇄 시기가 다된 노후 발전소를 무리하게 수명 연장하는 선택은 기후위기를 핵위험으로 피해보겠다는 어리석은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김윤주 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