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 내 한 관측정 내부에 기름띠가 나타난 모습. 녹색연합 제공
정부가 지난달 시범 개방한 용산공원 부지 내 관측정 다수가 밀봉되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기름띠’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측정은 지하수 오염을 확인하기 위해 땅에 뚫어놓은 관이다. 환경부는 관측정이 아닌 울타리의 쇠기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기초 부분이며, 기름띠도 토양오염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지난달 19일 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관측정 다수가 밀봉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고 15일 밝혔다. 녹색연합은 “관측정 뚜껑이 벗겨져 나뒹굴거나 무방비로 개방돼 있었으며 마감을 하지 않고 돌로 덮어 놓은 곳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용산공원 시범개방 직전 환경조사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오염 사실이 알려졌고, 용산공원에 대한 졸속 개방 논란이 있었다.
관측정을 통한 오염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관측정은 사용 후 밀봉해야 한다. 환경부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환경기초조사 지침'은 관측정을 사용한 뒤 폐공하고, 오염물질이 지하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모니터링에 참여한 김휘중 에아가이아 토양 및 퇴적물 환경복원 연구소장은 “관측정이 밀봉되지 않은 채 방치되면 토양이나 도로 등 외부에 있던 오염물질이 내부로 들어갈 수 있고, 내부에 있던 오염물질이 외부로 기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측정은 과거 미군이 설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관측정 내부에서는 기름띠도 관측됐다. 녹색연합은 “한 관측정의 고무마개를 열고 관찰한 결과 기름띠가 맨눈으로 보일 만큼 차올라 있었고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이 관측정 고무마개 주변이 삭아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관측정 내부에서 나온 유해 기체들이 고무마개를 훼손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과거 용산기지 내 기름유출사고의 영향으로 기름띠가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이날 “종전 설치되어 있던 울타리의 쇠기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남겨진 기초 부분으로, 관측공(관측정)이 아니다”라며 “언급된 구멍에 있는 쇠기둥은 시멘트로 둘러싸여 토양과 직접 접촉할 수 없어 토양 내 오염물질이 쇠기둥으로 들어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발견된 기름띠는 쇠기둥 절단면을 덮기 위해 사용한 접착제와 고무 덮개의 기름기가 빗물과 함께 일부 기둥 내로 흘러들어 간 것으로 보인다. 발견된 위치도 과거 유류 유출 사고 지역과 떨어진 곳으로 기름띠는 유출사고와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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