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해 상반기 한전 사상 최대규모인 14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손실은 급등한 발전 연료가격을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결과여서, 다음 달 있을 4분기 전기요금 조정에서 인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12일 매출이 31조9921억원인 상황에서 영업비용이 46조2954억원으로 늘어 14조30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반기 결산 결과를 공시했다. 1분기 7조7869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도 6조5164억원의 손실을 낸 것이다.
한전은 이 실적에 대해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 조정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3조3073억원(11.5%) 증가에 그친 반면, 영업비용은 연료가격 급등 등으로 17조4233억원(60.3%) 증가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연료가격 급등 상황이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전이 올 상반기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인 도매가격에 해당하는 계통한계가격(SMP)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7.1%나 올랐다. 하지만 한전이 소비자들에게 전기를 파는 판매단가는 정부의 요금 규제로 ㎾h당 평균 104.9원에서 110.4원으로 5.3% 인상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이 소폭의 인상은 1분기에 동결되고 2분기부터 적용됐다.
그 결과 한전이 민간 발전사에 지불한 전력구매비와 발전 자회사의 연료비는 33조72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조5114억원(95.9%)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소비자들에게서 거둔 전기판매수익은 29조4686억원으로 2조5015억원(9.3%)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전은 “사상 최대 영업손실과 이에 따른 재무구조의 급격한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구노력과 경영 효율화를 지속해서 추진하면서,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와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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