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건설현장 폭염대책 법제화 촉구 기자회견에서 얼음물을 끼얹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5년 800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미국 시카고 폭염과 같은 ‘견디기 힘든’ 무더위가 21세기말에는 현재보다 16배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열대지방에서는 야외에서 일하기 어려운 날이 연중 절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팀은 26일(한국시각) “파리기후협정의 의욕적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 제한을 달성할 확률은 0.1%에 불과하며, 2050년까지 2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확률 기반의 통계적 방법으로 미래를 예측해보니 지난 1995년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이 800여명에 이르렀던 시카고의 위험한 열지수 발생일이 16배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지구와 환경> 이날치에 실렸다.(DOI :
10.1038/s43247-022-00524-4)
연구팀은 고온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열지수’(기온과 습도의 조합)를 분석 도구로 사용했다. 미국 기상청에서는 ‘위험한’ 열지수는 39.4도(화씨 103도), ‘극도로 위험한’ 열지수는 51도(화씨 124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극도로 위험한’ 열지수 환경에서는 어느 시간에도 인간에게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논문 주저자인 루카스 바거스 제페텔로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연구 당시 워싱턴주립대 박사과정 학생)은 “애초 열지수 표준은 보일러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실내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졌다. 실외나 주변 환경은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야외에서도 열지수 표준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국가들이 온난화를 2도로 지켜내는 파리기후협정의 최소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미국, 서유럽,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2100년까지 ‘위험한’ 임계값을 넘는 일이 3~10배 더 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열대지방에서 ‘위험한’ 날은 2100년까지 두 배가 될 수 있으며, 일년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2100년까지 배출량이 감축되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인간이 한시라도 야외에 머물 수 없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적도에 가까운 국가, 특히 인도와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흔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988년과 1995년 잇단 폭염을 겪은 시카고를 집중 분석했다. 1988년에도 폭염이 닥쳤지만 평년보다 2∼3도 높았을 뿐 ‘위험한’ 임계값을 넘지는 않았다. 7년 뒤인 1995년에는 열지수가 나흘 연속 37.8도(화씨 100도)를 넘은 경우가 2번 발생했다. 이로 인한 초과 사망은 800여명에 이르렀다. 1979년부터 1998년 사이 나흘 연속 폭염은 1995년에만 2번 발생했다. 연구팀은 1995년 시카고가 겪었던 사례가 세기말 20년 동안에는 32번 발생해 ‘위험한’ 폭염이 16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제페텔로 연구원은 “1년에 30~40일이 극도로 위험한 임계값을 초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는 것은 몹시 두려운 일이다. 연구 결과 끔찍하지만 또한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아직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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