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 모습.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1천만t을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을 통해 처리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전 세계 대규모 탄소포집·저장(CCS) 프로젝트 13개 가운데 10개가 포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거나 실패·중단된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기술적 대안으로 주목받아온 시시에스의 한계를 보여주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시시에스는 발전소와 같이 화석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설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포집한 뒤 지하에 저장해 대기 중에 배출되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기후변화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포집·저장 기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약 1000만t, 2050년까지 연간 최대 8500만t의 온실가스를 포집·저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전 세계 주요 시시에스 프로젝트의 실태를 분석해 최근 발표한 ‘처치 곤란의 탄소포집, 우리가 얻은 교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재 상태에서 시시에스 기술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멈출 제대로 된 솔루션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1996년 세계 최초로 상업적 탄소포집에 들어간 노르웨이의 슬라이프너 프로젝트와 비교적 최근인 2019년 탄소포집을 시작한 오스트레일리아의 고르곤 프로젝트 등 13개 주요 시시에스 프로젝트를 조사했다. 13개 프로젝트는 세계 탄소 포집 용량의 55%를 차지한다.
조사 결과 13개 프로젝트 가운데 10개가 운영 실적이 크게 저조하거나 실패·중단된 상태로 나타났다. 석탄가스화 발전소(석탄을 태우는 대신 가스로 만들어 전력을 생산)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2014년 시작했던 미국의 캠퍼 프로젝트는 포집을 시작도 못해보고 2017년 취소됐다. 프로젝트 비용이 30억달러(약 4조1500억원)에서 75억달러(약 103조7200억원)로 2.5배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발전소에 적용됐던 페트라노바 시시에스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탄소 포집을 시작했으나 이후 4년 간 계획량의 17%에 불과한 낮은 실적을 내고 중단됐다. 2004년부터 포집을 시작한 알제리의 살라 시시에스 프로젝트는 지하에 저장한 탄소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2011년 이후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보고서 집필자인 에너지금융분석가 브루스 로버트슨은 “시시에스 기술이 지난 50년 간 시도되고 있지만 많이 실패했고, 지금도 실패하는 중”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해 시시에스에 의존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시시에스 사업의 69%가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적용되고, 포집된 탄소의 73%가 유정에 주입돼 원유 생산을 늘리는데 사용되고 있는 것을 특히 문제로 지적했다. 시시에스가 결국 화석에너지 산업의 수명 연장에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천연가스 전주기 온실가스 배출량의 90%가 소비(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데, 생산 과정에서 일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는 이유로 석유·천연가스전 개발을 새롭게 추진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오동재 연구원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대신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에 시시에스를 덧붙여 산업의 수명을 연명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크다”며 “시시에스는 당장 대안이 없는 일부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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