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양군 영양읍 양구리 산 1-13번지 일대에 있는 풍력발전기. 연합뉴스
환경부가 경북 영양 육상풍력발전단지 사업에 최근 조건부로 동의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이 ‘환경 훼손’을 이유로 사실상 ‘사업 불가’ 의견을 낸 데다, 앞서 환경부도 같은 이유로 ‘부동의’ 의견을 냈는데 5년 만에 기존 입장을 뒤집으면서, 자연 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관련 지침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14일 한국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에이더블유피(AWP)영양풍력발전단지 계획에 대한 검토의견’을 공개하며 “환경부가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을 어겼다”고 밝혔다. 한국환경연구원(연구원)은 풍력발전업체 에이더블유피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본안에 영양 육상풍력발전단지 사업이 사실상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사업은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일대에 총 63㎿ 규모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4.2㎿ 규모 풍력발전기 15기가 들어서게 된다.
앞서 2017년 8월 환경부는 이 지역에 3.3㎿ 규모 풍력발전기 27기를 설치하겠다는 에이더블유피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에 ‘부동의’ 의견을 낸 바 있다. 당시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등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우수한 산림지역을 대규모로 훼손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자연환경 훼손, 생태적 연속성의 단절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에이더블유피는 지난 3월 풍력발전기를 18기로 줄이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재접수했다. 이를 검토한 연구원은 검토의견서에서 “사업 규모는 축소됐으나, 여전히 환경적 영향이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에이더블유피는 지난 7월 풍력발전기를 18기에서 15기로 재차 줄이는 등 사업 규모를 축소한 본안을 제출했지만, 연구원은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을 언급하며 충분치 않다고 봤다. 이 지침에는 식생‧지형 등의 훼손을 최소화할 경우 ‘생태·자연도’ 1등급지 안에도 풍력발전단지이 들어설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에이더블유피의 계획은 임도(산림 자원을 효율적으로 가꾸기 위해 산에 낸 도로) 훼손 규모가 크고 이에 따른 생물종 서식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이 유발됨을 고려할 때, ‘최소화’의 정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원 판단이었다. 연구원은 또 “사업 규모를 일부 축소했으나 여전히 낙동정맥 핵심 및 완충 구역을 직접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이런 연구원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사업에 조건부 동의했다. 환경부 동의는 관할 지방정부에 제시하는 정책협의 의견으로, 직접적 허가·승인은 아니다. 환경부는 이은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 사업 규모(17만3356㎡)는 2017년(29만8082㎡)에 비해 42% 축소됐고,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의 훼손 지역 역시 8만8155㎡에서 5만2354㎡로 41% 줄었다”고 조건부 동의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사업 규모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 훼손 면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훼손되는 면적이 전체 사업 부지의 30.2%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에이더블유피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으로 작성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에이더블유피는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서는 사업 예정지에서 산양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가, 본안에선 카메라 21대(무인센서카메라 20대, 실시간 전송 라이브캠 1대)로 촬영한 결과 2대에서 각각 3차례씩 산양이 촬영됐다고 밝혔다. 산양은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에이더블유피는 또 예정지 북쪽 세 지점에서만 산양 배설물이 발견됐다고 적었다. 반면 주민들은 무인센서카메라 16대로 지점을 옮기면서 촬영한 결과 17개 지점에서 최소 2차례에서 최대 수십차례 산양이 발견됐다고 했다. 또 예정지 북쪽뿐 아니라 남쪽을 포함해 101개 지점에서 산양의 배설물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이런 상반된 결과에 “보다 면밀한 조사와 평가가 요구된다”고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에이더블유피에 별도로 보완요청을 하지 않고 조건부 동의했다. 산양과 관련해 “15번 발전기 부지는 산양의 출현이 빈번한 등 서식 공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사업구역에서 제척(제외) 또는 원형 보전하라”는 내용이 사실상 전부였다.
이 의원은 “규모 축소 이외에 주요한 변화가 없는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 환경부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조건부 동의를 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위법행위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산양과 관련해 “주민들이 제시한 자료가 맞다면 사업자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짓 작성한 것”이라며 “환경부가 주민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사업자의 거짓 작성 가능성은 검토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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